지인으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통.

"사랑엄마, 작품전 티켓이 두장 들어 왔는데 같이 갈래?"

"어떤 작품전?"

"응~~아는 교포할머닌데 이번에 시민홀에서 수채화 작품전을 한대"

"할머니???"


찰나의 망설임 후....내린 결정.


"옼케~~~."


화가가 교포 할머니라는 것도 흥미가 있었고

미대를 지망하는 사랑이 생각이 머리를 스쳤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보다 20분 일찍 도착한 사랑맘.

카메라 셔터가 바쁘게 돌아간다.



갤러리 입구.

날짜를 보니 오늘이 마지막 날이다.

이런 분위기.....낯설다.

밥짓고 빨래,청소하는것 이외엔 아는게 없는 사랑맘.

그림은 그릴줄도, 볼줄도 모르는...말하자면 무식쟁이다.

사람이 다 잘할순 없능거~~~.

그림보다 밥잘하는게 훨 현실적이쥐~~.ㅋㅋㅋ



"홍엽 오정자 전"

홍엽은 이분의 "호"



신문은 "자신이 직접 재배한 유기농 야채를 그리는 화가"라고 그녀를 소개한다.



야채 화가 오정자씨....라고 적혀 있다.



야채 화가 답게 모든 그림이 다 야채다.

그녀가 수확한 야채는 훌륭하게 변신, 자기 주인의 손을 빌려 이곳까지 와있다.



사랑맘이 상상하던 화가의 이미지와는 전혀 달랐던 75세의 화가 할머니.

화가라는 호칭보다는 할머니라는 호칭이 더 잘 어울릴듯한 소박한 이미지.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사랑맘에게 당신이 사진을 찍어 줄테니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소탈한 그녀의 행동덕에 조금 긴장 했었던 사랑맘의 마음이 빗장을 풀어 재꼈다.




작품을 둘러보고 나니 같이 차 한잔 하자고 붙드신다.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다.

할머니 화가는 아직도 밭일을 하신단다.


"밭일을 하신다고요?"

"네, 밭일을 하고 있어요. 난 밭에서 일 할때가 제일 좋아요.

무념의 상태가 되니까......"


무념이라....

이 말이 왜 가슴에 닿았을까......

사랑맘은 당돌하게도 손을 보여 달라고 주문 했다.

그녀가 탁자 위로 내민 투박한 손.

갈라지고 거친 손,아직도 손톱과 지문에 남아 있는 삶의 흔적들...

 이 손.....어디선가 본것 같은데..

그래,우리 엄마 손.....

그 손을 가만히 쥐어 보았다.

따뜻하다.

화가 할머니가 내 손을 꼭 쥐어 주시며 이리저리 보신다.

그분은 한참을 그렇게 내 손을 잡고 계셨다.

그리곤 주소를 적어 달라신다.



방명록에 적혀 있는 내 이름 위에 주소를 꼼꼼히 적어 놓으신다.

그리고는 일주일에 한번씩 하는 수채화 교실에 꼭 오라며 명함을 주셨다.

글쎄....

갈수 있을지 모르겠다.








야채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 대부분인 작품전에

무궁화꽃을 그려 놓은 작품이 몇점 있었던게 인상적이었다.

아마 교포인 그녀에겐 특별한 의미의 꽃이었을거라는 상상을 해본다.



살면서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스쳐가고 스치며 내 삶의 한 가운데와 주변을 서성거리며 간 사람들 중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사람은 몇 안된다.


화가 할머니...

그녀의 그 투박한 손이 그리워 질때가 올거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