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다녀온 사랑이의 얼굴이 어둡다.

평소 같으면 현관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밥타령을 하는 아인데.....


(나) : "배 안고파?"

(사랑이) : "모르겠어,고픈것 같기도 하고.....안 고픈것 같기도하고...."


밥탱이가 이상하다.

(나) : "너 뭐 사먹었구나?"
(사랑이) : "아니...."

(나) : "근데 배가 안고파?"

(사랑이) : "......."

(나) : "그럼 쫌 있다먹을까??"

(사랑이) : "응.....엄마....나 얘기 좀 해도 돼?"

(나): "무슨 얘긴데?"

(사랑이) : "오늘 학교에서 원폭 영상 봤걸랑..... 수학여행 가기전에 미리 보여주는거래.근데...너무 처참해서...."


수학여행을 나가사키로 가는 사랑이 학교에서 사전 공부를 시켰나보다.


(사랑이) : " 너무 끔찍했어. 화장실로 뛰어 가는 애도 있었어."


무슨 영상을 봤는지 모르겠지만 대충 짐작은 간다.

이어지 이야기.


(사랑이) : "쿠키는 완전히 패닉 상태야.정말 걱정돼.괜찮을지 모르겠어......."


쿠키는 사랑이 절친이다.

얼마나 충격을 받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사랑인 걱정이 많이 되나보다..



(나) : "어떤 내용이었는데?"

(사랑이) : "원폭 피해자들 얘기지 뭐.그런데 너무 화가 나는게.....미국 사람들이 그 피해자들을 나중에 치료해 주고는

웃으면서 인터뷰를 하는거야. 어떻게 그럴수 있어. 

자기들이 그렇게 한거잖아,웃음이 나오냐고!!!"


사랑이의 분노가 대단하다.

일단은 사랑이의 얘기를 다 들어봐야 했다.



(나) : "다 보고난 후 분위기는 어땠어?"

(사랑이) : "장례식이지 뭐."

(나) : "넌 기분이 어때?"

(사랑이) : "끔찍한 것도 쇼크지만 미국 사람한테 화가 많이 나. 그리고 아무리 수학여행전 

사전 공부라고는 하지만 지금 이런 영상을 보여주는건 너무 한것 같아.

더군다나 이런 시기에.....방탄 때문에 시끄럽잖아, 왜 하필 지금이냐고!!!!!."

(나) :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할것 같아?"

(랑이) : "다들 똑같겠지뭐,좋은 반응이 나올리가 없잖아. 반미,반한 감정 생기겠지.....어찌됐건 미국은 나빠!!!"

(나) : "음.....미국이 나쁜것도 있지....지금도 나쁜 짓 많이 해.

하지만 그때 상황을 생각해 봐.

원폭 떨어뜨리기 전에 미국은 전단지를 뿌렸어.

도망가라고.... 도시를 탈출하라고 뿌린 전단지를 보고 도망가려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은건

일본 정부야."




(나) : "심지어는 그 전단지를 갖고 있는 사람들을 스파이로 몰아서 잡아 가기도 했어.

이 일의 근본 책임은 일본에게 있는거야.

그 사람들은 죽지 않을수도 있었어.

일본 정부가 미국의 경고를 받아 들이기만 했다면.......아님,최소한 피신하려는 사람들을

말리지 않았다면...."

(사랑이) : "그래도 원폭을 떨어뜨린건 너무 한거야."

(나): " 그래? 그럼 일본은 세계 이곳 저곳에 폭탄 안 터트렸어?

폭탄의 종류가 다를 뿐이지...경고도 안하고 무차별 학살 했잖아."


(미국은 자신들이 지명한 곳이 아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폭을 투하했단다.오늘 알았다.

사진을 찾다가 알아낸 내용이다.

하지만 어찌 되었건  당시의 일본 정부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일본의 진주만 공습


(나) : "2차 대전때 일본 때문에 죽은 사람이 엄청 많은거 알고 있지?

나가사키,히로시마에서 죽은 사람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일본 때문에 죽었어.

그것도 더 잔혹하게.

그런 생각은 안 해봤지?

미국 사람이 웃으면서 인터뷰 했다고?

그 사람들은 승자야. 웃을수도 있어.

전쟁 영화 못봤어.

옆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도 상황에 따라  웃을수도 있는거야. 

그게 잘했다는 얘긴 결코 아니야.

너네들이 제대로 된 역사를 배웠다면 미국 사람이 웃었다고 비난할수 있겠어?

양심이 없는거야....


억지를 좀 부렸다.

화제를 미국에서 일본으로 옮기기 위한 포석(?).


"BTS 티셔츠 문제도 똑같아. 적어도 일본은 거기에 대해서 말을 하면 안되는거였어.

반성은 커녕 정치적으로 이용을 하다니....엄마는 너무 화가나."



이때부터 사랑이의 울음보가 터지기 시작.

계속운다.

엄마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 그리고 일본이 자신들이 벌인 전쟁에 대해 진정으로 반성을 한다면 야스구니 참배는 안해야 하는거야.

일본내에서는 그들이 영웅일수도 있지만 세계인의 눈으로 봤을때 그들은 범죄자야.

전범국가의 수장이 솔선수범해서 참배하고 있잖아.

그러면 일본에게 당한 나라 입장은 어떻겠어?

일본이 지금 하고 있는 행태에 대해서  냉철하게 생각 해 봐봐.. "



"너네 학교에서 근현대사 제대로 배워? 아니지?

자신들의 치부를 가리고 숨기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역사가 증명을 하는데

그게 감춰지냐고.

난 너희들이 불쌍해.

잘못된 역사인식 때문에 얼마나 많은 오해와 비난을 받겠냐고. 세상사람들한테......"




실제로 사랑인 학교에서 역사에 대한 선생의 편협한 시각 때문에 불만을 토로한적도 있었다.

과거의 잘못을 정당화 시키는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든다는게 사랑이의 생각이었다.

아마도 엄마의 영향이 컸으리라.


(나) : "2차대전때 본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게 사람들을 죽였는지 알아?

너 마루타 모르지??

(사랑이) : "대충은 알아,그렇지만 한국도 월남가서 못된짓 했잖아.."

(나) : "한국은 인정하잖아. 잘못한거.

대통령도 가서 사과했고 국회의원도 가서 사과하고.......

독일도 항상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일본은?

자꾸 감추고 미화하고....그러니까 욕을 먹는거야.

엄마는 할머니 한테 직접 들었어.

위안부로 끌려가기 싫어서 숨어서 지냈다고.....

너같이 큰 애가 있는 집은 아예 결혼을 시켜 버렸대, 끌려 갈까봐."



계속 운다.


(나):"관동 대지진 학살 알지? "

(사랑이) : "응"

(나) : " 그때 한국 사람들을 어떻게 죽였는지도 알겠네?"
(사랑이) : "응, 대충......"

(나) : "그리고 구한말에는 일국의 왕비를 강간해서 태워 죽이기도 했어....그것도 열몇명이 집단 강간 했다고.

이런 모든 역사를 한국인은 다 알고 있는데 ....방탄이 광복 티셔츠 입은게 이상한거야?

한국 사람들이 일본에 대해 어떻게 생각을 할거같아?

일본과 한국 사이에는 무엇으로도 해결이 안되는 감정적인 문제들이 있어.

엄마 세대의 사람들은 지금 젊은 세대들과는 달라.

할머니는 직접 겪은 세대고 엄마는 전해 들은 세대야.

너희 세대들의 아이들이 못느끼는 감정이 있다고.

이건 시간이 해결해 줄거야,아마도...

하지만 올바른 역사를 모르면 또 다시 전의 잘못을 되풀이 할수 있으니까.....

엄마는 너라도 올바른 역사를 알았으면 좋겠어.

일본은 미국 덕도 많이 봤어.

미국은 원자탄을 떨어 뜨렸지만 폐허가 된 일본이 일어서는데 많은 도움을 줬어.

자원,기술...엄청난 지원을 했어.

원래는 한국을 지원했어야 하는거 아냐?

일본은 패전국이었잖아.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에서 해방 된 나라고...

그런데도 미국은 일본을 도와줬어.

이유야 있겠지. 자기들도 계산을 했을테니까.....

그리고 5년후에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바람에 전쟁물자 팔아서

지금의 일본을 만든거야. 젤 억울하고 불쌍한 나라는 한국이었어. 

엄마는 한국이 이렇게 일어선게 정말 기적이라고 생각해. 

근데..........너 왜 계속 우는거야??"


눈물을 훔치며 사랑이가 한얘기...


(사랑이) : "엄마,인간은 짐승보다도 못한거 같어. 오히려 짐승들이 더 단순하고 순수한것 같어.

차라리 난 짐승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헐~~

엄마는 닝겐(인간)을 낳았다고!!!!!!


(나) : "그래, 인간 못된건 짐승보다도 더 못해.

사람은 누구든지 잘못은 할수있어.

일본인이나 한국인이나 미국인이나 다 똑같어.

그렇지만

잘못을 깨닫고 반성할수 있는건 인간만이 할수 있는거야."


사랑이의 눈물이 그쳤다.

에혀..울보.

누굴 닮아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근데...너 배 안고파???

우리 밥 먹자."


급 분위기 전환.


슬피 울던 사랑이를 위하여 치즈 닭갈비 대령.



(사랑이) :우와!!! 맛있겠다!!!!


언제 울었냐는 듯 감탄을 하며 맛있게 먹는다.

ㅋㅋㅋ

단순해서 좋다.

사랑맘네 오늘 하루는 울며 웃으며....이렇게 끝났다.


더 많은 얘길 나눴지만 생각나는 대로 적어 보았다.

마음이 복잡하다.

일본의 미래가 어찌될지 심히 걱정된다.ㅠㅠ


(혹시 이글이 맘에 안드시는 분이 계시다면.....

걍 지나가 주세요.

열심히 쓴글에 딴지 거시면 급 사기저하가 되거든요.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