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지갑 도둑

2017. 8. 14. 00:00

코부타 일본 생활



편의점 얘기....4번째 포스팅입니다.


지갑 사건


그날은 사랑맘이 쉬는 날 이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구리하라상이 오후 늦게 집으로 찾아 왔습니다.

" 웬일이야, 이시간에?"

"저기....할 얘기가 있어서..."

당연히 할 얘기가 있으니까 왔겠지...

구리하라의 얼굴 색이 안 좋습니다.

앉자마자 울듯한 얼굴로 이야기를 풀어 놓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게 화장실에 들어간 구리하라가 지갑을 발견 합니다.

그 지갑을 구리하라가 쓱싹 한 겁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지갑의 주인이 가게로 찾아 온겁니다.

물건을 사고 화장실을 갔다온 후에 차를 탔는데 뒷주머니에 있어야 할 

지갑이 보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물건을 샀으니 그땐 분명히 지갑이 있었던 것이고 자기가 들린 곳은 

화장실 밖에 없으니 화장실에서 떨어 진게 분명하다고 생각한 손님은 

화장실을 뒤졌지만 지갑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누군가가 줏어서 가져 갔다고 생각한 손님이 덴쬬에게

 가게의  CCTV를 보여 달라고 요구를 했답니다.

화장실 안에는 CCTV가 없지만 화장실로 들어가는 입구엔  CCTV가 설치 되어 있었지요.



그 시간대에 화장실로 들어간 사람이 누군지 알고 싶다는 손님의

요구를 거부 할수 없었던 덴쬬.

손님과  CCTV를 확인 해 본 결과 그 손님이 나간 직후 화장실을 들어간 

사람이 밝혀 졌습니다.

"구리하라"

 CCTV를 보고 난 손님은 범인이 구리하라라고 확신하고 있었나 봅니다.

덴쬬에게, 하룻동안 시간을 줄테니 지갑을 찾아내라. 안 그러면 경찰을 부르겠다....

지갑만 돌려 주면 더 이상은 일을 벌리지 않겠다.....라는 말을 

남기고는 일단 돌아 갔답니다.






구리하라의 대응

깜놀한 구리하라는 지갑을 팬티 속으로 감췄답니다.

그 시간 가게에 있었던 종업원은 덴쬬 포함 3명.

그 중 한명이 저번 포스팅에서 언급한 악명 높은 가야마.

가야마가 펄펄 뛰고 난리가 난 모양입니다.

하긴, 종업원이 도둑으로 몰릴 판인데 난리가 날 만도 하지요.

궁지에 몰린 구리하라가 가야마에게 이실직고.

"너 미쳤니? 가야마한테 그런 얘길 하면 어떠케???"

" 너무 놀라서.....해 버렸어.."


얘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자기가 어떻게 해야 좋겠느냐며 울기 시작합니다.

"아,놔...이 바보같은 여자..."

한심하기도 하고 불쌍하기도 하고... 동생 같으면 한대 쥐어 박고 싶은데.


이여자가 엄청나게 고생을 많이 한 여자입니다.

능력없는 남편 밑에서 아이 둘 키우며 정말 정신이상자 되기 일보 직전까지

바둥 바둥 산 여자라....

그 힘들었던 삶을 어느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혼을 낼수가 없었습니다.

겁에 질려 울고 있는 여자를 보니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걸 어쩌나........


 나......"지갑 지금 갖고 있니?"

구리하라........"응..."

나..........."보여줘"


지갑을 꺼내주는 구리하라.

지갑을 열어 보았습니다.

3만 몇천엔의 돈과 신분증 카드가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고,이 여편네야.... 이런 푼돈 때문에 그런 짓을 하니?"......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입에서만 뱅뱅 돌뿐 더 이상의 어떤 말도 할수가 없었습니다.





 신분증을 보니 

오,마이 갓.......한국 사람이었습니다.

헐~~~

나...... "너 나랑 이사람 만나러 가자. 내가 얘기 잘 해 볼께.

      같은 한국 사람이니까 얘기가 잘 통할지도 몰라.

나한테 맡겨.

그리고 이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마.

남편한테도...."


아무리 남편이라도 이런 얘기는 안하는게 도리일것 같아서 입니다.

혼자 조용히 처리 하는게 나을것 같았습니다.


구리하라........" 괜찮을까?..."

니......" 방법이 없잖아?"
구리하라는 그 사람을 만나러 갈 용기가 안 나는 모양입니다.

나....."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 속달 우편으로 이 지갑을 보내."

                                     

어떻게하든 지갑을 돌려 줘야 하는 상황.

밤이 너무 늦어 구리하라는 집으로 갔고 담날 다시 만나기로 약속을 했습니다.


담날 아침 일찍 일어나 구리하라의 집으로 간 사랑맘.

간밤에 구리하라는 남편에게 다 얘기를 했더군요.

아,놔,진짜,

그런 얘길 남편에게 하면 어떡하냐고!!! 이 멍청한 여자야...

오늘만 살고 안 살거야??


구리하라는 그날 밤 남편에게 신나게 혼나고 한밤중에 그 집까지 찾아가 

지갑을 우체통에 넣어 놓고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손님이 가게를 다시 오는 일은 없었습니다.

무마가 잘 된거지요.


그 일은 잊혀 졌고 우리는 서로 그 일에 대해서 언급 한적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내가 그 일을 그만 둔 지금도 구리하라는 우리집에 일주일에 두번 이상은

놀러 옵니다.

어떨땐  살짝 귀찮기도 해요.


어느날

구리하라가 나에게 묻습니다.

"샤부샤부 어떻게 해 먹는거야?"

일본사람으로 일본에 사는 주부가 샤부샤부 해 먹는 방법을 몰라 한국 사람인 나에게 물어 봅니다.

살기가 그렇게 힘들었던 거지요.

하지만 지금은 돈 못벌던 남편이 정규직으로 취직이 되어 월급 또박 또박 가져오고

가게 사무실에서 숙제하고 밥 먹던 두 딸도 성인이 되어

자기 밥 벌이를 합니다.

10년 만에 가족이 외식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사는게 한결 여유로워진 구리하라의 얼굴이 밝습니다.




어느날 길을 가다 돈이 들어 있는 가방을 주었다고 가정해 봅니다.

사랑맘은 진짜로 이런 생각 가끔 해요.

"내가....경찰서에 갖다 줄까?????"

3만엔이라면 갖다 주겠죠.

하지만 그 액수가......거액이라면 심한 유혹에 빠지겠지요.

사랑맘은 아마도 

신고 안 하고 걍 꿀꺽 할거 같아요.ㅋㅋㅋ




구리하라에게 그 지갑 안에 들었던 삼만엔은 거액이었던 거겠죠.....

내가 생각한 거액과 구리하라가 생각한 거액의 단위가 달랐을 뿐.

그녀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닮은듯 틀린것은 서로의 환경이 달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것 밖에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