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엄마 다섯명.

사는 곳은 제각각. 

우연히 한 자리에 모이게 됐습니다.

경상도 사투리가 구수한 한 엄마가 자기가 겪은 황당 얘기를 풀어 놓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같은 반 남자아이에게 맞고 왔다는 얘기 였습니다.

화가 난 엄마. 

참는것도 하루 이틀이지,결국 엄마는 딸에게 반격을 지시했답니다.

"너도 같이 때려!!!"

상대는 남자아이 였지만 초1 치고는 꽤 큰편이었던 딸에게 같이 때리라고 얘기 했는데,

몸싸움이라는게 어린 아이에겐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자긴 죽어도 못 때리겠다는 딸.

 속터지는 엄마.

매일 얻어 맞고 울면서 집에 오는 아이.

인내가 한계점에 도달한 엄마는 아이의 손을 잡고 물어 물어 그 남자아이의 집까지 간 모양입니다.

초인종을 누르니 아이의 엄마가 나오더랍니다.

"당신 아들이 우리 딸을 너무 자주 때리는데 어떻게 좀 해주라..."

상대 엄마 왈.

"아이들 일에 왜 어른이 나서느냐."

뚜껑이 열린 채 집에 온 엄마는 너무 화가나서 밤 잠을 설쳤다는군요.





여기서 엄마들 분노 게이지 상승.

"옴마낫!! 미친 여자네"

"또라이 아냐?"

"말도 안돼!!!"

이곳 문화를 어느정도 알고 있는 엄마들에겐 너무 황당한 얘기 였던 거지요.

일본 사람들....인사 하나는 끝내 주게 잘하거든요.

고멘나사이,아리가또를 입에 달고 사는 애들인데...

일반적인 상식으론 이해 불가한 일본엄마의 대응에 엄마들은 분노했습니다.


그 다음에 이어진 이야기.

담날 아침 학교가는 아이에게 엄마는 

"오늘 수업 끝나면 엄마가 교문 옆에서 너 지켜 볼거야. 교문 나오면 무조건 그 아이 두들겨 패라.

나중일은 엄마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마음 약한 딸아이가 머뭇거리자

"너 오늘 걔 안 때리고 오면 엄마한테 혼날줄 알어!!!!!"

반 협박해서 아이를 학교에 보내 놓은 엄마.

아이가 하교 할 무렵 진짜로 교문 옆에서 숨어 있었다네요.

먼저 딸이 나오는걸 본 엄마.

언넝 아이에게 신호를 보냈답니다.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는걸 안 딸아이는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이더랍니다.

그리고 잠시 후.....

교문 밖으로 상대 남자아이가 나오자 마자 달려 들어 신나게 두들겨 팼답니다.

엄마가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용기가 났겠지요.

덩치도 남자 아이보다 컷다는데.....게임 아웃!!!

그렇게 둘은 룰루랄라 집으로 왔는데

그날 저녁 상대 쪽 남자 아이와 엄마가 집으로 찾아 왔더랍니다.

"니 딸이 우리 아들 때렸는데...어쩌구 저쩌구....."

말없이 그 여자 말을 다 듣고 난후 이 엄마가 한말

"아이들 일에 왜 어른이 나서느냐"

그 아이 엄마가 한 말을 그대로 되돌려 준겁니다.

엄마들은 완전히 박장대소.

시원하다,화끈하다,고소하다,잘 했다......마구 마구 칭찬을 해 줬지요.



그리고 3년후.....

사랑이가 초등학교 3학년때의 일 입니다.

새학년이 되고나서 한달 정도 지난 즈음에 어느날 갑자기 사랑이가 학교에 가기 싫다고 말하더군요.

이유를 물어보니 어떤 아이가 자기를 많이 괴롭힌다고요.

머리를 때렸다는둥,발로 찻다는둥......

선생을 찾아갈까.....망설였으나 아이들 사이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 그냥 지나쳤습니다.

애들이 싸울수도 있고 그러다보면 맞을수도 있지,뭐.

잘 타일러서 학교에 보내면 며칠이 못가 다시 학교에 가기 싫다는 사랑이.

앞집 엄마에게 물어보니 사랑이를 괴롭히는 애가 학교에선 이미 유명인.

워낙 악동이고 사랑이한테만 그러는게 아니라 학교의 모든 애들에게 그런다고 하더군요.

교장한테 불려가서 혼도 나고 했는데도 전혀 말빨이 안먹힌다고....

"오홋!! 그런애 였어?"

일단 안심은 되었습니다.

타켓이 사랑이 한명이면 문제가 있어도 대상이 여러명이라 단독 "이지메" 는 아닌것 같아서 였지요.





어느날 입니다.

볼일이 생겨 자전거를 타고 사랑이 학교 앞을 지나가는데....

운동장에 아이들이 옹기 종기 모여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혹시나.....하고 보니 사랑이가 눈에 들어 옵니다(지 자식은 기가 막히게 알아내는 초능력이 엄마에겐 있는 모양)

여자아이 4명과 얘기를 하고 있더군요.

반가워서 자전거를 멈추고 눈을 맞추려고 하는데....갑자기 웬 남자아이가 다다다다 달려와선

사랑이 옆구리를 이단 옆차기로 팍!!!!!!!

순간, 얼마나 놀랐는지 비명이 저절로 나오더군요.

자전거를 팽개치고 학교로 달려 들어 갔습니다.

구석에서 옆구리를 붙잡고 울고 있는 사랑이.

눈에서 불이 났습니다.가슴은 벌렁 벌렁.....손까지 부들부들....

사랑이를 불러서 괜찮냐고 물어보니 엄마 얼굴을 본 사랑인 더 서럽게 웁니다.

사랑이에게 발로 찬 아이가 누구냐고 물어보니 손가락으로 가르쳐 줍니다.

아이에게 다가가 왜 사랑이를 때렸냐고 물어 봤습니다.

"내가 저 밖에서 다 지켜보고 있었거덩?

사랑이는 친구들과 얘기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왜 때린거야?"

우물쭈물 대답을 못하는 아이.

직감으로 얘가 그 악동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잠시후 담임이 왔고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수업중에 미안하다.

지나가다 우연히 사랑이가 맞는걸 봤다.

이번 한번이 아니다.

6개월동안 쟤한테 항상 맞았다.

학교 가기 싫다고 사랑이가 매일 운 이유를 오늘 내가 알았다......등등.."

담임은 미안하다고 수차례 고개를 숙이고 상대방 아이 부모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합니다.

수업 중이라 일단 학교를 나왔는데 가슴이 뛰고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나고.......




얼렁뚱땅 볼일을 보고 서둘러 집으로 갔습니다.

남자 아이 집으로 전화를 걸었습니다. 선생의 연락을 기다릴 마음의 여유가 없었지요.

"오늘 끝장을 보자."

아이일 때문에 전화를 했다고 하니 대뜸 우리아이가 혹시 때렸냐고....ㅋㅋㅋ

한두번이 아닌 모양이었습니다.

고멘나사이를 연발 하는 엄마. 

갑자기 악동이 엄마가 불쌍해 보였습니다.(에혀,참...자식도 내 맘대로 되는게 아니니까....)

일단 만나서 얘기를 하자고 했습니다.

같이 가겠다고 하는 사랑이 아빠를 집에 두고 혼자 갔습니다.

사랑이 아빠 성격에 잘못하면 큰 싸움 날것 같아서지요.

악동이와 같이 나타난 엄마.

미안하다고 연신 머리를 숙이고 자기 아이에게도 사과를 시킵니다.

두번다시 이런 일이 없게 해달라고 당부를 하고 집에 왔는데

그 악동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또 사과를 하더군요.

사랑이를 바꿔 달래서 바꿔 줬습니다.사랑이에게도 미안하다고 사과를 했다고 하더군요.

아마,사랑이에게 직접 사과를 해야 겠다고 생각한 모양이었습니다.

상대방이 진정성있는 사과를 안하면 용서하지 않으리라고 맘 먹었던 이 사건은 

악동엄마의 두차례에 걸친 사과로 좋게 일단락 지어졌고

그 이후 사랑이가 졸업 할 때까지 맞는 일은 없었습니다.


일은 잘 해결이 된것 같았지만 난 그날 저녁,잠을 이룰수가 없었습니다.

딸의 호소에 너무 안일하게 대했던 내 자신이 너무 한심스러웠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저렇게 맞고 아파하는데.....

난 도대체 뭣을 한건가......

아이가 울때마다 용서하자는 아름다운 말로 아이를 가르치려 했던 나의 어리석음.






그 이후론 사랑이의 학교 생활에 관심을 더 갖게 되었고요.

모든일에 적극적으로 대처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눈높이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아픈 경험이었지만 아픈 만큼 깨달은게 많았습니다.

사랑이는 중1때에 또 한번 학교 생활에 문제가 생겼었어요.

한번 경험 한지라 그땐 담임 선생과 상담하고

잘 해결 했지요.


사랑이는 지금 고딩이 되어 학교 생활 즐겁게 잘 하고 있습니다.

가끔 예전에 자길 괴롭혔던 악동 얘기도 웃으며 할수 있을 정도로 

많이 컷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