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딸 친구의 가슴 아픈 사연

코부타 2018. 9. 15. 00:00



사랑이의 중3 새학기 때 입니다.

같은 반에 한국 아이가 전학 왔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사랑이:엄마,우리반에 한국애가 왔어.

: 진짜???

사랑이:응

나: 일본에 사는 애야? 아님 한국에서 온애?

사랑이: 한국에서 왔대.

:옴마나...그럼 일본말은?

사랑이: 잘 못해, 그래서 내가 통역 해 주기로 했어.

: 오~~ 잘됐네. 친구하면 되겠다.우리 집에 놀러도 오라고 해.

사랑이: 알았어.




반가운 맘에 사랑이에게 그 아이 전번 좀 따오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로 일본 사람들에게 넌더리(?)가 난 사랑맘은 의도적으로

학부형들과의 교제를 피했었습니다.

같은 학교에 10년 동안 알고 지내던 학부형이 몇명 있긴 했지만

이젠 마주치면 눈인사나 나눌 정도......

초등학교때의 아이들이 그대로 중학교까지 올라간지라

학부형들도 내가 한국 사람인것을 대부분 압니다.

그중에는 일부러 우리집에 찾아와 선물을 주고 갔던 분도 계셨고

몇몇 사람들은 그룹을 만들어 한국 음식을 먹으러 다니기도 했고

슬그머니 내 옆에 다가와 한국을 다녀 왔다며 말을 걸기도 했었지요.

예전 같으면 


"우리집에 놀러 오세요...같이 커피라도 ..".....라고 했을텐데

이젠 형식적인 인사치례 이외엔 선을 긋고 삽니다.


사랑맘이 이렇게 된 이유는 물론 있습니다.

이 얘긴 다음 포스팅으로 미루기로 하지요.





암튼

한국 사람 만나기가 모래사장에서 다이아 몬드 찾기 보다 힘든 이곳에

한국 사람이 나타난겁니다.


반가운 마음 만땅인 사랑맘은 사랑이가  따온 전번을 보자마자 전화를 했습니다.




사랑맘: " 안녕하세요.###중학교 사랑맘 엄마예요.

은혜(가명을 쓸게요) 어머니 좀 바꿔 주세요.

저쪽: 아, 엄마 지금 샤워 중이세요.

사랑맘: 그럼 샤워 끝나면 전화 좀 부탁드린다고 전해 주세요.

저쪽:네~~


아무리 기다려도 전화가 오질 않습니다.


"잊어 버렸나....?"


담날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사랑맘: 어제 전화 했던 사랑맘인데요?


전화를 받은건 아마 은혜인것 같습니다.


은혜:"엄마...지금 좀 바쁘신데요.

사랑맘: 아,그래요? 그럼 시간 나실때 전화 좀 해달라고 부탁해도 될까요?


며칠을 기다렸지만 전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살짝 삐지기 시작하는 사랑맘.


"만나기 싫은건가......?"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을 피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있는터라

은혜엄마가 날 만나는걸 피한다고 생각한 사랑맘은 많이 섭섭했지만

그 다음부터는 전화를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한국인이라 엄청 친해 질줄 알았던 사랑이와 은혜는

의외로 더이상의 진전이 없었습니다.

성격이 활발하고 사교성 좋은 은혜는 자기와 비슷한 성격의 친구들과 어울렸고

그림 그리기 좋아 하는 사랑인 미술부의 친구들과

만화를 그리며 어울렸습니다.

중3 생활을 마치고 졸업할 무렵엔 은혜라는 한국인은 

사랑맘의 머리에서 완전히 잊혀졌지요.


그랬는데....

우연히 아주 우연히 은혜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됐습니다.


사랑맘은 바이트를 합니다.

그곳에서 한 아이의 이력서를 보게 됐습니다.


김은혜...

나이 16세.

사진을 보니....낯이 익습니다.


"얘...어디서 봤더라......"


한참을 생각하다 기억난 아이.

헉!!!!

사랑이 친구 였습니다.


아니,얘가 여길 왜?????


사연인즉...

은혜의 엄마는 언어 장애를 앓고 있었습니다.

말을 못하는 거지요.

3년전 같은 언어장애를 앓고 있는 일본인과 재혼.

두아이를 데리고 일본으로 오게 됐다고 합니다.

큰딸은 이곳에 적응을 못해 금방 한국으로 갔고

작은딸인 은혜는 엄마와 이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엄마가 은혜를 두고 한국으로 가버린 겁니다.

장애가 있는 한국인이 이곳에서 직장을 찾기가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돈을 벌어 오겠다고 갔다는데.....

남겨진 은혜는 아빠와 둘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아빠라고는 하지만 둘은 피도 안섞인 사이.

새아빠는 친절하게 잘 해준다고는 하는데 이것저것 불편한게 많은 모양입니다.

학교는 잘 다니고 있는지 이력서를 살펴보니

집은 도쿄인데 학교는 가고시마...

뭔가.....이상하다.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그랬었구나....

그래서 내 전화를 받을수 없었던거구나....

거짓말을 할수 밖에 없었던 거구나...

미안했습니다..정말 미안 했습니다.

어린것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을까.......

그런것도 모르고....난 무슨 생각을 한건가....



사랑맘이 전에 다니던 일본교회엔 언어 장애를 갖고 있는 분들이 

여러명 있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그곳을 소개 시켜 줄수도 있었고,

 외로웠을 일본 생활에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수도 있었을지 모르는데....

바보..

사랑이에게 만이라도 살짝 귀뜸을 해주지.....

여러가지 생각이 머리를 스쳐갔습니다.


섣불리 사람을 재단하고 판단한 사랑맘.

이런 실수를 하다니...


집에 돌아온 사랑맘은

사랑이에게 은혜의 소식을 아느냐고 물어 보았습니다.

얼마전 우연히 전철역에서 만났는데 시간에 쫒겨 잠깐 얘기하고 헤어졌다고 합니다.


사랑이에게 은혜의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깜짝 놀라는 사랑이.


: 사랑아, 너 은혜랑 이집에서 같이 살수 있어?

사랑이 : 응, 살수는 있지.

나: 은혜 우리집으로 오라고 할까?

은혜가 좋다고 하면  자립 할수 있을때까지 여기서 같이 지내도 될것 같은데...

사랑이: 난 괜찮아.엄마, 은혜 진짜 착한 애야.

성격도 밝고.....


깊게 생각을 하고 결정할 일입니다.

일단 은혜와 얘기를 해 봐야 하겠지요.

그 부모님에게도 허락을 받아야 하고요.

어찌될지는 모르겠지만

작은 힘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꼬옥 안아주고 싶습니다.


    

     

         

                           

                 

어른들은 숫자를 좋아한다. 
가령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이야기해도

어른들은 정작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묻지 않는다. 
"그 애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가 좋아하는 놀이는 뭐니? 
나비를 채집하는 건 좋아할까?" 라는 질문은 하지 않는다. 
"몇 살이지? 형제는 몇 명이야?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지? 
아버지 수입은 많니?" 같은 것만 묻는다. 

이런 질문만으로도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 하는 것이다. 
어른들에게 "창가에는 제라늄이 예쁘게 핀 화분이 있고, 
지붕에는 비둘기가 들락거리는 예쁜 장밋빛 벽돌집을 보았어요" 
라고말하면 어른들은 그 집이 어떤 집인지 상상하지 못한다. 
"10억 짜리 집을 보았어요"라고 말해야, 
그들은 "와! 정말 멋진 집이겠구나!"라고 탄성을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