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도쿄에 쏟아진 집중호우....모든것이 멈췄다.

코부타 2018. 9. 23. 00:35



사랑이 미술 과외가 있던날.

석고상을 옮겨야 하는 일이 있었다.

우편으로 부치자니...깨질까 불안하고

택시를 타자니 2만엔은 족히 나올것 같고.....

이럴땐 몸으로 때우는게 상책.

어차피 있는건 시간 밖에 없는데 뭘~~




미술 과외가 있는 날은

밤 11시가 넘어야 집에 오는 딸.

항상 늦게 귀가하는 사랑이가 걱정스러웠던 사랑맘은

딸의 과외가 끝나길 기다렸다가 함께 집에 올 요량이었다.

오늘은 평일이라 3시간 수업.


 "까짓 3시간...."


딸이 수업을 하는동안 사랑맘은 커피숖에 앉아 티스토리에 올릴 글을 쓸 계획.

노트북,와이파이,충전기도 다 챙겼다.



학교 앞에서 사랑이와 만나 전철을 탔다.

이제부터 전쟁 시작이다.

젊었을땐 빈자리가 있어도 일부러 서서 가던 사랑맘.

   비오면 무릎이 아픈 나이가 되어 버린 지금....

전철역에 줄을 설때부터 눈이 양쪽 옆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명당자리 찾느라...ㅋㅋㅋ

재수 없으면 신주쿠까지 30분을 서서가야 하는 대참사를 겪을지도 모를 상황.

눈치껏 잽싸게 들어가야한다.

사랑맘은 전철이 서자마자 바쁘게 움직였지만 자리 확보 실패!!!!

이런,제기랄.

앞에 앉아 있는 잉간이 어서 일어나 주길 바래보지만.....

무심하게도 그들은 나와 신주쿠까지 동행을 했다.

이건 불공평하다.

같은 요금내고 누구는 서서가고 누구는 편히 앉아서 가고......엉엉~~~~

그러나...

사랑맘은 절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노력으로도 되지 않는 일들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름하여

"운"

오늘은 이 운빨이 없었을 뿐이다.


신주쿠에서 환승을 했다.

이케부쿠로로 향하는 전철 안.

창밖을 보니 비가 내린다.

사랑이가 나에게 핸펀을 내민다.

들여다보니...

헐~~~





하늘이 온통 시커멓다.

이 한가운데 사랑이와 사랑맘이 있는거다.

아이공...무셔라~~~





갑자기 핸펀에서 비상음이 울린다.

치바에 4도 지진이란다.

지진에,게릴라 호우에....이게 뭔일이여!!!

하지만 

일단 여긴 아무 이상없으니 다행이다.


아....이 이기적 사고.

나 있는 곳은 괜찮으니  다행이란다.ㅠㅠ

결정적 순간엔 언제나 자신밖에 생각하지 못하는 나라는 인간의 한계.




역에서 내렸다.

천정이 있었지만 거센 비바람을 막기는 무리였나보다.

이미 무릎 밑은 하늘이 주신 꽁짜 샤워 세례.

뛰어가고 싶지만 

손에는 깨어질까 조심조심 들고 가는 석고사마가 있다.

수ㅔㅆ!!!!


전철역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에스컬레이터가 멈췄다.


허걱!!! 매표소 고장.

천정에서 물이 샜기 때문이란다.




전철역안에 설치된 ATM도..... 



정전.까지..... 이건 정말 공포다



마치 바케츠로 쏟아 붓는 듯한 비. 

역 밖으로 나갈수가 없었다. 

할수없이 사랑이와 역과 연결이 되어 있는 백화점으로 향했다.


"사랑아, 어차피 지금은 못갈것 같아.이 안에서 대충 밥이나 먹자." 


눈앞에  돈가스 가게가 보였다.

들어가려고 하니 점장이 막아선다.


 "지금 비상 사태라 가스 사용이 중지 되었습니다. 죄송하지만 지금 손님을 받을수가 없습니다." 

"식사가 안되면 음료수라도.....안될까요?" 

"안됩니다"


 헐~~~~

 하여간 융통성 없는 잉간들. 

이런 상황에서도 메뉴얼대로만 움직이는 이들의 위기 대처 능력. 

텅텅 비어있는 가게에,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들 앉게 좀 해 주면 어디가 덧나냐고!!!!!! 


다른 곳을 찾아야 했다. 

가는 곳마다 사정은 똑같다. 

이 몸은 자꾸 쉬고 싶다고 말하는데...모든 가게가 영업정지 상태


옷도 젖어 있어 춥다. 

배도 고프다. 

춥고 배고프면......무엇??

( 거지지 뭐!!!) 


조금씩 불안해 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러다 여기서 밤 새는거 아님??" 


배고픈건 견딜수 있을것 같은데....추운게 문제였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무작정 기다리는 수 밖에 답이 없다. 

1시간 정도 기다렸나보다. 점장이 나왔다. 


" 식사는 지금 안됩니다만 사라다,케잌,그리고 음료수는 가능합니다." 


아이구야. 

지금 상황에 그거라도 아리가또지~~~ 

사랑이와 냉큼 들어가 사라다와 케잌,그리고 따뜻한 차를 마셨다. 

몸이 좀 풀리는것 같다. 



잠시후... 비는 그쳤다.

사랑맘은 미술쌤에게 

오늘은 도저히 수업을 못할것 같다고 전화를 했다. 

시간도 너무 늦었고 무엇보다도 비가 또 오면 아예 집에 못갈것 같았기 때문이다. 

잠깐 정지 됐었던 전철은 다시 운행재개. 

서둘러 사랑이와 다시 집으로 향했다. 

억울했다. 

이 고생을 하고 다시 집으로 가야한다니...... 

사랑인 엄마의 어깨에 기대서

잠깐이지만 뀰잠을 잔다.

피곤했던 모양이다.

원래 차안에서 잠을 못자는 아인데...

엄마가 옆에 있어서 안심이 됐단다.


"엄마는 어깨 아파서 죽는줄 알았다고~~™


잠자기 좋은 자세를 만들어 주느라

내 자세가 이상하게 틀어지고 말았기 때문이다.

허리도 어깨도 아프다.


밤..10시 반. 

우린 집으로 무사 귀환했다. 


야홋!! 

우리 집이당!!!!!!

내집이 이렇게 좋다니......


둘은 동시에 이불 속으로 점프.

여기가 천국이지......ㅋㅋㅋ


한줄요약.

"오늘은 사랑맘 폭망의 날."


망해도 봐야한다.

인생의 모든것이 순조롭다면

우린  정말 소중한걸 찾지 못할수도 있다.......는 사랑맘의 명언.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