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심하게 불어 내 모자가 날라갔던 날.

주사를 맞고 돌아오는 길...한손은 약 봉지,  한손은 모자를 꼭 누르며 걷고 있었다.

두번 실수는 용서할수 없다.

그런데 앞에 걸어가는 할머니와 젊은 아가씨가 뭐시 즐거운지 계속 떠들며 웃는다.

그러더니 갑자기 아가씨가 할머니를 업기 시작한다. 

아마 바람이 너무 거셌던 탓이었을거라 생각했다.

내 육중한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바람이었으니...

 

그런데 할머니를 업고 가면서도 아가씨는 (아마 손녀인것 같기도 하다) 계속 할머니와 대화를 한다.

그러다 둘이 까르륵 웃기도 하고...

 

"뭐가 저리 재밌을까..."

 

난 그녀가 손녀라고 생각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행복해 보이던지...

 

지금 세상에선 보기 힘든 아름다운 그림이 내 눈 앞에 있다.

수억을 줘도 살수 없는 따뜻한 그림.

실례인줄 알지만 그 모습을 담고 싶어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점점 거리를 좁혀 가며 세장의 사진을 찍었다.

 

 

 

 

지금 다시 사진을 보니 병원에서 받은 약 봉지가 보인다.

내 약봉지와 같아서 금방 알아 보았다. 아마도 할머니의 약이겠지....

 

그런데....왜 이렇게 가슴이 메어 오는지...

 

집으로 돌아와 사랑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엄마가 받은 감동을 얘기했다.

요즘 세상에 이런 손녀가 어딨냐고,나름 기분이가 좋아서 떠들었는데 ...

그런데.......ㅠㅠ

허락도 없이 멋대로 남의 사진을 찍었다고 혼났다.

티스토리에 올릴거라고 했더니 더 난리 난리..

 

"엄마 이 사진 올리면 나, 엄마랑 얘기 안할거얏!!!!!"

 

" 얼굴 안나오는데 어때? 누군지도 모르는데..."

 

"얼굴이 안나와도 남의 사진이잖아, 초상권 몰라???!!!"

 

하여간 융통성 없는 지지배.

얼굴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한국사람만 보는데 좀 어때서.

 

티스토리에 올리면 엄마하고 절연하겠다고 말하는 딸에게 알았다고 말은 했지만..

난 오늘 기어코 이 사진을 올렸다. 

들키면...뭔 일이 생길지 모르겠지만....아, 몰랑~~

내일 일은 내일 걱정 하자. 

 

하여튼..

세상 살이가 각박하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살만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