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곤했나보다.눈을 떠보니 낮 2시.

엄마가 일어나서 부시럭 거리니 

사랑이도 깨어났다.


"배고프지? 뭐 먹을래? 밥은 안돼."

"오죠니 국물에 소바 넣어서 먹고 싶어. "


오죠니란 일본의 설날에 먹는 떡국이다.

다시국물에  흰떡을 구워 넣어 먹는다.

요게 아주 맛있다.



작년까진 해마다 사랑이 아빠가 만들어 줬었다.

헤어진지 5년.

이미 딴 살림을 차린 사랑이 아빠.

마음의 부담이라도 덜어 줘야 할것 같아서 이젠 설날을 각자 보내자고 했다.

작년엔

그래도 아빠가 만들어준 오죠니가 먹고 싶다는 사랑이의 말에

사랑이 아빠는 잠깐 집에 들러 오죠니를 만들어 주고 갔었다.

올해는 온전히 나의 몫.

서당개도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겠다.

올해는 내가 만들기로 결심.

사랑이는 섭섭했나보다.


"아빠랑 같이 사는 사람 생각도 해 줘야지.

아빠가 우리랑 같이 있으면 그쪽은 설날에 혼자잖아. 좀 불쌍하지 않아?"

"그건 그런데......"

"넌 엄마랑 있으니까 괜찮잖아."

"알았어."



사랑맘은 어제 저녁에 닭고기다시를 만들어 놓고 잤었다.

하지만.....

당분간 죽을 먹이라는 의사쌤의 처방 때문에

오죠니는 물건너 갔다.


"오죠니는 안돼, 오늘은 죽 먹어야해."

"으왕~~ 엄마,설날 아침에 죽이라니!!!!  너무해~~"



오죠니를 만들기 위해 어제 저녁 담가 놓은 찹쌀.

이 기계로 떡을 만든다.

쌀만 집어 넣으면 스스로 다 한다.

불리고,밥짓고, 빻고....

사랑맘은 시간 절약을 하느라 어제 미리 자는 동안 불려 놓은 것 뿐.

17년전에 사서 지금까지 해마다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빵도 만들고 떡도 만들고....ㅋ



잘 만들어진 반죽.

도마에 전분을 미리 깔아 놓았다.

전분을 깔아 놓으면 반죽이 도마나 손에 달라 붙지 않아 만들기가 쉽다.

사랑맘은 이미 콩가루도 준비.

따뜻할때 인절미 만들어서 먹고 남은건 오죠니에 넣어 먹기도 하고

입이 심심할때 구워서 먹거나 튀겨 먹기도 한다.

오늘은..

사랑인 못 먹으니까 사랑이 몫까지 사랑맘이 다 먹어 줘야쥐~~~~



좋아하는 인절미도 혼자 먹으니 그다지 맛있다고 느껴지지가 않는다.ㅠㅠ

조금 잘라서 먹고 나머지는

굳어지길 기다리고 있는중.



굳어진 떡을 먹기 좋게 잘랐다.

이렇게 자른 떡은 냉장고에 넣어 놓고 심심할때마다 몇개씩 꺼내서 구워 먹는 사랑맘.



저녁이 되자 또 배가 고프다는 사랑이.


"죽 먹어야 돼. 닭죽 해 줄께."

"시러~~~"

"그럼 뭐가 먹고 싶은데???"

"죽 말고 다른거.....오죠니 먹고 싶어.."
"소바는 안돼. 그럼 우동 넣고 먹을래???"


오죠니에 우동이라닛!!!!ㅋㅋㅋ


사랑이가 먹을수 있는 "위장염에 좋은 음식...."

사랑맘은 당연히 모른다.

이럴땐 무조건 구글이.

급 검색 시작.



위장염에 최고 좋은 음식 1위는 양배추였다.

양배추로 할수 있는 요리...

 뭐가 있을까.....생각하던 사랑맘의 머리에 전광화석 처럼 떠오른 것.

양배추 사라다.

사랑이가 아주 좋아하는 반찬이다.

오늘은 이걸로 낙찰!!!!!!ㅋ

아,아픈딸  뒷바라지 하기 무지무지 힘드므니다.


사랑이의 소원대로 오죠니 국물에 우동을 넣어 줬다.

그런데....풀로 만든 반찬만 주려니 에미의 마음이 찢어질듯 아프다.ㅋㅋㅋ

그래서 

닭고기 요리도 함께.

닭살코기에 오이와 고마드레싱을 넣어 만들었다.

이곳에선 사라다류에 속한다.



새해 첫날부터 이게 뭔 고생인지.....


"사랑아, 우리 새해 첫날에 아주 좋은 경험했네?"

사랑이 : "뭐가 좋은 경험야,최악이지.아마 죽을때까지 못 잊을꺼야."

"얼레?? 구급차도 타 봤잖아. "

사랑이 : "몰라,난 눈 감고 있어서..."

"엄마가 아까 병원에서 무슨 생각 했는 줄 알아?"

사랑이 : "무슨 생각 했는데?"

"엄마는 첨으로 좀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그리고 엄마 몸도 좀 챙겨야 겠다고 생각했어.

엄마가 건강해야 널 지켜줄수 있을거 같아서..."


사랑맘은 지금까지 오래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 본 적이 없다.

사랑맘이 오래 살고 싶은 생각이 없다는걸 사랑이도 잘 알고 있고...

그런데 오늘 처음......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사랑이 : "실은.....나도 병원에 누워서 엄마 생각했어.

엄마가 없으면 난 안되겠구나.......라고."

"그니까 사랑아......세상에 나쁜 일은 없는거야.

나쁜 일 같아도 생각에 따라서는 그게 다 인생의 좋은 경험이 될수도 있는거야"

사랑이 : "그래도 난 그렇게 아픈건 싫어."



그래.....딸아....

아픈건 누구나 다 싫은거야.

하지만 가끔 아픈것도 괜찮아.....

행복은 불행없이 존재하지 않거든...

살다보면 닥치는 불행도 소중하게 껴안을 수 있는 날이 올꺼야....


사랑해,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