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에 걸리고 나서 제일 많이 생각했던것.
역시 죽음이다.
교회에 당분간 못 나오게 되었다는 말을 전했다.
암에 걸렸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수 없이 얘기하고 말았다.
" 기도할께요, 깨끗이 낫게 해 달라고요."
" 박상, 힘들지요? 힘내세요. 기도할께요"
"기도하고 있으니 나을거예요. "
그들의 나를 걱정하는 마음을 모르는건 아니지만 왜 꼭 암이 나아야만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
내 얼굴만 보면 걱정 어린 얼굴로 하나같이 전부 나를 위해 기도를 하겠다는데, 낫게 해달라고 한단다.
성도가 아닌 사람이라면 얼마든지 이해가 가는 말이지만 그들이 성도라는게 문제였다.
"아니, 성도는 죽으면 하나님 곁으로 가는데....이 땅에 뭘, 얼마나 더 살고 싶어서..."
듣다 못한 이 주둥이가 결국 주일날 사고를 쳤다.
"하나님은 전능하십니다.
세상의 모든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은 내가 암에 걸리지 않도록 하실수도 있었겠지요.
이 병을 허락하신 이유가 있을거예요.
죽든지 살든지 하느님의 영광을 위한 일이라면 모든게 다 유익하다고 사도 바울이 얘기 했지요.
저에게도 유익할것입니다.
그리고 궂이 말하자면 죽는게 더 낫지요.
예수님 품으로 가는거니.....
그러니 저의 병을 위해 기도하지 마시고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감사함으로 이 모든일들을 잘 감당할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간단하게 적었지만 더 많은 얘기를 했었다.
그리고 얼마되지 않아 난 하나님이 어떻게 일을 하시는지 보았다.
난 그저 잠잠히 그 일들을 지켜보기만 하면 되었었다.
"너는 가만히 있어 내가 하나님 됨을 알찌어다. 내가 뭇 나라 중에서 높임을 받으리로다(시46:10)"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죽음.
두려움으로 맞아야 하나, 감사함으로 맞아야 하나...
죽음이라는걸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두려움이 없는건 아니다.
언젠가 사라질 내 자리에 불필요한 것들을 남겨놓고 싶지 않아 집안 살림들을 정리하면서 괜히 눈물 한방울을 쏟아 놓기도 했다.
왜 울었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세상에 대한 미련?...육을 갖고 있는 한 벗어나지 못하는 내 안의 죄성이 나를 붙잡고 있는건가...
"살든지 죽든지 주님 뜻대로 하소서"...라는 고백을 하기까지 3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애굽에서 탈출한 유대인이 가나안땅으로 들어가기까지 40년이 걸린것처럼...
죽음이란 내게 육을 벗어나 예수님의 곁으로 가는 은혜의 통로이다.
마라타나. 예수여, 어서 오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