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자리.....

2019. 10. 13. 22:04

코부타 일본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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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은 지나 갔지만 사랑맘은 바쁘다.





우선,

베란다에서 집안으로 이동했던 물건들 제자리 찾아주기.

자잘한게 꽤 많다.

현관으로 물이 들어 올까봐 

현관문 아래를 테이프로 붙여 놨던것도  떼어냈다.

힘만 조금 줘도 아픈 가슴.

어제,

 오랫동안 쓰지 않았던 덧문을 닫느라

힘을 너무 줬나보다. 

가슴의 통증이 더 심해졌다.

아무래도 무거운걸 드는건 조심해야 할것 같아

사랑이가 일어나길 기다렸다.

앉았다가 일어나기도 힘든 통증.

거기다 

무릎의 상처가 너무 아파 몸을 마음대로 움직일수가 없다.ㅠㅠ

아,불편하다...




방송에서는

사상 최대 규모의 태풍이 올거라고 준비 단디하라고 했었다.

말 잘 듣는 사랑맘이 가만히 있을리가 있나.


아마도 정전이 될 확율은 50%이상.

치바는 한달이 지나도 전기 복구가 안된 곳이 있었다고 하나

여긴 그래도 도쿄니까 수복이 빨리 될수도 있다.

그래도,

일주일 정도는 버틸 식량이 필요했다.



일단 엄청난 양의 밥을 해 두었다.

돈지르(미소시르의 일종)도 넉넉하게 끓여 놨고

우거지찌게도 한 냄비,

간편하게 먹을수 있는 카레도 끓여 놨다.

햄버거 속을 다 익혀서 해동만 해서 먹을수 있도록 만들어 놨고

면만 삶아서 먹을수 있도록 짬뽕도 만들어 놨다.

가슴뼈 통증을 이겨가며

김치도 두통 만들어 두었다.

김치!!

얼마나 황홀한 반찬인가...

김치찌게,김치볶음밥,김치국,김치전,김치김밥.....


난,  김치랑 밥만 있어도 일주일 버틸수 있다고!!!!





그리고 냉장고 채우기.

우유넉넉하게,그리고 빵,과일,국수,라면 과자까지.


일주일 정도는 외부의 도움없이도 버틸수 있어야 한다.


사실,

사랑맘은 3,4일 전부터 조금씩 준비를 했었다.

죽을때 죽더라도 때깔 좋게 죽어야 한다는 일념으로!!!!

오로지 먹을것만 챙겼다.


식수는 이미 충분하게 있었지만

씻을 물이 필요했다.

수도가 끊길 걸 예상해

며칠동안 마시고 남은 물통을 버리지 않고 모았다.

10통 정도 모아진 빈 통에 

물도 담아 놓았다.

아가들 쓰는 기저귀 티슈도 한 묶음 사다 놓았다.

평소엔 걸레 대용으로 사용하는데

비상시엔 정말 긴요하게 사용될것 같아 비상 가방에도 넣어 놨던 아이다.



만반의 준비를 갖췄으나

태풍은 사랑맘네 집을 피해 가 주었고

사랑맘에게 

골치 아픈 일들이 생겼다

저 밥들........

어떡할꺼냐공!!!!!

이미 냉장,냉동고 안은 포화상태.

꼼짝없이 

하루 세끼를 다 밥으로 처리를 해야한다.


그래도 

그깟 밥!!!

오늘도 변함없이 귀여운 전쟁이 이 집에서 벌어지고 있고

사랑이와 전투하는 이 하루가 나에게는 더 소중하다.


밥보다 딸!!!!!




나에게 주어진 이 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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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들을 사랑해야지...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