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상

2024. 7. 18. 19:32

코부타 사랑맘 일기

 

 

 

 

"엄마, 탕수육에 떡 튀겨서 넣어줘"

 

탕수육에 떡튀김이라니.. 이 조합이....어울리긴 한겨???

 

학원 다닐때도 그랬고 지금도 변치 않는 사랑이의 버릇,

전화로 메뉴 물어보기. 

아니.이게 몇년을 하루도 안쉬고 물어볼 일이냐고.

평생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방콕하는게 꿈인 딸에겐  음식은 그 꿈의 50%에 해당한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엄마,오늘은 뭐야???"

"오늘은 탕수육,"

 

딸이 집에 도착할 시간에 맞춰 떡을 튀겼다.

이제 됐다 싶어 떡을 건지려고 하는 순간..

 

"퍽  퍼버벅!!!"

 

순식간에 벌어진 참상.

기름이 얼굴과 팔에 튀었다.

 

"앗 뜨거 !!!"

 

너무 놀라 불을 끄려고 다가섰다가  다시 한번 기름 맛사지.

이런 된장..

아프다...

얼음을 꺼내 얼굴을 문질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

탕수육 소스에 불을 켜고 밥상를 차리면서도 연신 중간 중간 얼음으로 맛사지를 했다.

 

난, 항상 사랑이가 들어오는 동시에  음식을 먹을수 있도록 준비한다.

배고플 아이를 기다리게 할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집에 들어올 시간을 거의 정확하게 계산한다.

아이쉐어링을 보며 시간 체크.

역에 도착하는 동시에 밥을 차리기 시작.

집에 들어오자마자 식사를 할수 있도록 해준다.

이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얼굴이 아프긴 했지만 사랑이 밥도 중요하다( 나...대단한 엄마여.)

 

집에 들어온 사랑이가 내 얼굴을 보더니 사색이 됐다.

 

"엄마!!! 얼음은 안돼. 빨리가서 찬물로 얼굴 식혀"

 

얼떨결에 샤워기를 틀고 얼굴에 댔다.

이때부터 사건이 심각함을 인지.

사랑인 난리가 났다. 

병원을 가야한다.

그런데...토요일.

구급차를 불렀다.

집 근처의 병원에 피부과 전문의가 없단다.

결국 도쿄도가 아닌 옆동네 가나카와켄의 병원으로 갔다.

 

병원을 수배하느라 걸린 시간 한시간...

정말 느리다.

화상이라 다행이지 분초를 다투는 심각한 병이면 엠블런스 안에서 죽을판. ㅠㅠ

사랑인 자기 때문에 엄마가 이렇게 됐다고 울상.(떡 튀겨 달라고 했다고)

아니,이게 팔자지. 뭔 자기탓??

그렇게 따지면 토요일날 오기로한 조카녀석이 약속을 바꾼탓일수도..

약속대로 왔으면 집에서 밥 할일 없었을거 아님??

그러니 네 탓이 아녀...라고 위로해 줬다.

 

 

 

 

 

엠블런스 안에서 간단한 신상조사.

내 보호자가 사랑이가 됐다.

내가 사랑이 보호자 였는데.....위치가 바꼈다.

병원에 도착 후,

사랑이가 일 처리를 다 했다. 언제 이렇게 큰거지??

이렇게 든든할수가...

 

특별한 치료를 해 줄줄 알았는데..연고하나 달랑 받아왔다.

이래도 되는건지.

눈 위 이마의 화상범위가 넓다.

빡빡머리에 이마에 화상까지....정말 가지가지 한다.

흉터라도 남으면....(에이..설마..)

햇빛이 닿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하는데....사랑맘은 지금 매일 병원에 출근한다.

방사선 치료 떄문에.

이달 말까지는 꼼짝없이 다녀야 하는데,

그나마 요  며칠은 날씨가 흐려서 다행이었지만 내일부터 어쩔..ㅠㅠ

 

 

 

가슴,팔,손....온 몸에 튀긴 기름.

얼굴이 너무 아파 다른곳은 신경쓸 여유가 없었다.

집에 와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여기저기 말이 아니다.

 

 

 

집에 오니 밤 11시.

기름 범벅이 된 주방에서 밥 먹긴 글렀고...피자를 시켰다.

맛있더라.....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