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딸기 도둑.

코부타 2024. 5. 8. 09:40

 

 

 

 

 

얼마전, 사랑이 아빠네 집에 갔었다.

우연히 창문 밖을 보다가 베란다 구석에 있는 식물 발견.

이 잉간이 이런걸 키울 사람이 아닌데....

얘길 들어보니 옆집 아쥠이 줬댄다. 딸기나무(이거 나무라고 해야 함??? 모르겠다. 암튼.)

잎은 무성한데 듬성듬성 시커멓게 색깔이 죽어있다.

물도 주지 않았다는데 베란다에서 아직까지 살아 남은 아이가 신통방통했다.

 

"내가 가져가서 키울까?"

 

버리지도 못하고 키우긴 귀찮고....내가 가져 간다니 언넝 가져라간다.

그렇게 우리집으로 오게된 아이.

일단  벌레라도 있을까봐 이곳저곳 살펴 보던중 안에서 딸기 한개 발견.

 

와우!!! 너 이런 척박한 곳에서도 새끼를 낳은거야???

 

애지중지 상처가 날새라 조심조심 딸기를 만져보며 대화를 했다.

그리고 서둘러 시커먼 잎들은 제거하고 충분한 물과 비료를  줬다.

다음날 보니 엄청 깨끗해진 아이.

잉간이나 식물이나 역시 가꿔줘야 이쁘다공~~~

 

그런데 일주일도 안되서 여기저기 열매를 맺기 시작했다.

이럴수가.....감동이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딸기를 살펴보며 마음 뿌듯했는데..

처참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내 딸기. 

 

 

 

 

 

 

며칠전 낮에, 딸기를 쪼아 먹고 있던 새 발견.

 

"이..이..이.. 써글ㄴ!!!!"

 

엄청난 분노.

어제까진 사랑스럽던 새들이 원수로 돌변한 순간이었다.(인간의 마음이 간사하다)

그리고 난 이 원수들을 어떻게 처치해야 하나...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집 마당에 있는 비와나무.

한번도 잘 익은 열매를 본적이 없다.

열매가 익으려는 순간....새들이 와서 다 먹어치우기 때문이다.

그래도 난 전혀 섭섭하지 않았었다.

니들도 먹고 살아야지....

한 겨울 , 내가 키우던 다육이를 먹어 치웠을 때도..분노하지 않았다.

 

" 얼마나 굶주렸으면...맛도 없었을텐데."

 

그때 난, 다육이를 집안으로 옮겼었다.

옮길수 없는 아이들은 그냥 새들의 먹잇감이 되었지만

추운겨울 먹이가 부족한 새들에게 내 다육이의 일부를 내어 줄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들이 밉지 않았다.

 

 

 

 

그런데...지금은 다르다.

 

그저께,이른 새벽.

새소리가 너무 시끄러워 눈을 떴다.

아침마다 아름다운 목소리로 울어주던 목소리가 아닌 쥐어짜는 듯한 소리.

뭔가 이상하다.

일어나서 밖을 보니.....오마이 갓!!!

또?????

내 딸기로 아침밥을 해결하는 새새끼 발견.

너.......너.....

 

"야!!! 저리 안갓!!!!"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새벽 5시 반에. (옆집에 다 들렸을텐데...난 몰랑.ㅋ)

그래도 이 넘이 도망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화분에 있던 콩알 만한 돌을 집어 던졌다.

명중!!!! ( 어머낫!!내게 이런 재능이...)

그런데도 이 넘은 아침식사 하느라 정신이 없다.

다시한번 돌을 던졌다. 또 명중!!! (세상에 이 나이에 이런 재능을 발견하다니... )

그런데 이넘이 가볍고 작은 돌이라 아프지 않았는지 도망갈 생각이 없어 보인다.

결국 몸을 움직여 가까이 가니 그제서야 도망을 간다.

이런 빌어먹을..

덕택에 난 딸기를 보호하기 위해 아침에 새소리만 들리면 일어났고 이틀동안 잠을 못잤다.

그러다 알게 된 사실

이것들이 쥐어짜는 목소리를 내면 내 딸기를 먹으러 온거다.

이러다 새들하고 말도 통하게 될것 같음. 

 

그때부터 사랑맘은 새들에게서 딸기를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

옆집 여자에게 물어보니 다이소에 가서 망을 사서 씌우란다.

다이소에 갔다.

망을 씌울 휘어진 봉이 사이즈가 너무 크다.

결국 터덜터덜 빈손으로 집에 왔다.

이생각 저 생각하다 저녁이 됐고 다음날 새벽이 무서웠던 사랑맘은 큰 봉지에 구멍을 뚫어 씌어줬다.

다시 아침,

비닐 봉지를 뒤집어 쓴 딸기 나무를 보니 마음이가 아프다.

봉지를 벗겨내고 무거운 화분을 들고 이리저리 새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적당한 장소를 물색하기 시작.

없다.

그러다 생각해낸 아이디어.

선인장으로 딸기나무를 둘러 줬다.

가시에 찔리면 안 올것 같아서..

잔머리 끝내주는 사랑맘.ㅋㅋㅋ

어디한번 해 보자고, 니들이 이기나 내가 이기나.캬캬캬~~

 

 

 

그래도 저렇게 방치할수는 없다.

이궁리 저궁리 해 본 결과,일자봉을 사서 망을 씌워줄 생각이다.

 

눈 뜨자마자 마시는 커피는 , 딸기나무를 들고 여기저기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나서야 마실수 있었다.

커피를 마시면서 곰곰히 생각했다. 

슈퍼가면 몇백엔에 살수 있는 아이인데...내가 왜 이러는지.,왜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아 붓는건지.. 

 

정답: 그냥 좋아서.

 

딸기의 모양이 삐뚤빼뚤 영 이쁘지가 않지만 

그래도 내 눈엔 슈퍼에 잘 포장되어 있는 쭉빵 딸기들보다 더 이쁘고 소중하다.(눈에 콩깍지 씌었음)

 

내 눈에 콩깍지 씌인 살아있는 생명체가 우리집에 하나 더 있다.

사....

랑.....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