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생활

바보 두마리....

코부타 2023. 12. 13. 12:17

 

 

 

암 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던 어느날..

낮 잠 좀 자려고 누웠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일어나기 귀찮음.

그런데 내 낮잠을 방해 하는  범인의 정체를 나는 안다.

핸펀 아닌 집으로 전화를 거는 사람은 전 남푠님  뿐이거덩.

핸펀으로 연락을 하라고 해도.. 아,진짜 말도 지지리도 안 듣는다.

 

이 집 안에서 어디를 가든 핸펀과 한 몸인 나는, 언제 어디서건 나에게 걸려 오는 전화를 광 속으로 받을 준비가 되어 있다.

준비 된 뇨자~~~

그렇지만 이렇게 침대에 누워 있거나, 화장실에 있을때, 밖에서 세탁물 널고 있을때, 핸펀 아닌 집으로 전화가 오면 말이 달라진다.

몸이 튕겨져 나오는데 걸리는 시간만큼 마음이 바빠지기 때문이다.

샤워를 하다가도 물 질질 흘리며 전화를 받으러 나온다.

안 받으면 되는데....그게..잘 안된다.

옛날에도 그랬다. (나도 쫌 이상한 여자)

 

" 뭐 해?

"누워있어"

"검사 결과 언제 나온다고? 근데, 이상하네..생각 해 봤는데,우리 식구는 암에 걸린 사람 없거든? "

혹시 내가 암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나보다.

"우리 엄마랑 아부지는 암 걸렸었거덩??"

"아,그래? 그렇구나... 알았어. "

10초만에 전화는 끊겼다. 

아니,꼴랑 이 얘기 하려고 내 낮 잠을 방해 한 거야? (아,증말...이 왠수...)

다시 광속으로 침대 복귀.

 

3일후....

갑자기 전화 생각이 났다.

풋,

이혼한 마누라라도 걱정은 됐나보지?

근데 가만히 생각 해 보니 뭔가...이상하다.

자기 식구들한테 암 경력이  없는데 내가 암 걸리는게 이상하다.......고?

너님 식구들 암하고 나하고 무슨 상관관계가 있음?

그런데 그렇게 말을 하는 그의 말에 너무 자연스럽게 우리 엄니 아부지가 암에 걸린 적이 있다고 대답한 난 또 뭐임?

 

그러다 급 깨달음.

 

"오~~ 이사람이 나를 이혼 한 전처로 생각 한게 아니고 가족으로 생각 한 거였어?  "

 

결혼 생활 내내 생일 한번 챙겨 준적 없고 속만 지지리도 썩였던 남푠의 머리 속에,

내가 피 섞인 가족으로 저장 되어 있는 거였음.

20년의 각방 생활이 이제야 이해되어 진 순간,긴 세월동안의 모든 오해가 풀렸다.

 

그래,우린 피가 섞인 가족이었던거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