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맘 일기

7.암에 걸렸다( 병원을 옮겼다)

코부타 2023. 8. 15. 01:33

드뎌 새 병원으로 간다.

의사는 사랑이가 심사숙고해서 골라줬다.

이번만은 제발 실패하지 말기를 은근히 기대해 본다.

오늘은 사랑이와 같이 동행했다.

덩치 큰 딸이 옆에 있으니 든든하다.

 

번호가 불리우고 진료실 문을 들어선 순간난 나의 눈을 의심했다.

젊다, 너무 젊다.

 

" 옴마낫!!!!젊은 그대......ㅋㅋㅋ"

 

젊다는건....경력이 미천하다는 얘기와 상통한다.

새파란 의사한테 사랑니를 뽑았을때의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는데..우짜냐.

나 또 잘못 고른겨????

 

사랑이에게 한국말로 물어봤다.( 2개국어를 하는게 이럴땐 정말 편리하다)

 

나 ""의사가 너무 젊은거 같어"

사랑이: "아닐껄 ?"

나 : " 얼굴이 40대같은데..."

 

 

 

약간 이런 이미지.

머리 스타일....깔끔하다

옷.....티셔츠에 스키니바지를 입었다.

신발...나이키 스포츠화를 신었다.

손...가늘고 매끄럽다.

목소리 톤은 높았지만 상냥했다.

뭔가 부산해 보였지만 스피드감 짱이다. 

 

집에 돌아와 프로필을 보니 1996년 졸업생이다.

사랑이와 열심히 계산을 해보니 얼추 50은 넘었다. 헐~~

유선,갑상선 전문의이고 난치병 지정의이며  일본 암 학회 인정 전문의다.

 

사랑이 :" 능력자야 엄마,내가 이미 다 봤어"

나 : "그러게 능력자네..."

사랑이 : 그런데 그 의사...ADHD 같아. 느낌이 그래."

나 : "그지?? 엄마도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참으로 오랜만에 맘에 드는 의사를 만난것 같았다.

ADHD??  그까짓거.ㅋ

 

진료가 시작됐다.

난 소개장과 CD를 건넸고 의사는 나에게 모든 검사를 다시 한번 할것을 요구했다.

일단 약식으로 x-ray, 초음파검사.

이미 데이터가 있어서 확인 하는 수준인거 같았다.

조직검사(생검술)를 한번 더 해야 한단다.(보통은 맘모톰이라고 부른다)

앉은 자리에서 행해진 검사.

역시 부분 마취를 하고 총4방 맞았다.( 총 맞은 것처러엄~~~~정말 가슴이 너무 아파~~처럼이 아니고 진짜로 총 맞았다.)

그 상처가 가슴에 아직도 남아 있다.

 

심장이 멈춰도 이렇게 아플것 같진않아.어떻게 좀 해줘 날 치료해줘~~~

이러다 내 가슴 다 망가져  구멍난 가슴이.....

 

캬아~~ 백지영언냐,어쩌자구 이런 노랠 한거유?? 

언냐도 혹시......유방암??

 

 

 

어찌됐던 빨라서 좋았다.

이 모든 검사를 일사천리로 단 몇시간 만에 다 해 치웠다.

2틀후에 MRI와  CT검사 예약을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모든 검사 결과는 1주일후에 나올거라고 했다.

 

난 내가 암이라고 생각한 순간부터 쭈욱 항암은 하지 않을거라고 결심 했었다.

집에 돌아와 사랑이에게 항암은 하지 않을거라고 선포했다.

사랑이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엄마를 바라본다.

 

사랑이 :"엄마...그래도 항암은 해야지..."

나 : " 엄만 암에 걸리기 전부터도 만약에 암에 걸리면 항암은 안 할거라고 쭈욱 생각했었어.

         항암 시작하면 부작용에 시달릴텐데 고통 받으면서 몇년 더 살면 뭐해.

         엄만 오래 살고 싶은 생각 없어. 

         엄만 차라리 그 시간에 엄마 먹고 싶은거 먹고 하고 싶은거 하고 살다,

         죽을때 되면 그냥 조용히 죽을거야"

 

사랑하는 딸이 운다.

가슴이 아프다..

   

 

이틀후 나머지 검사를 마치고 암 상담 지원 센타를 찾았다.

난 앞으로의 치료에 관해 여러가지를 물어 보았다. 후덕한 인상의 상담원은 성의껏 대답을 해 주었다.

난 항암치료도 수술도 안 할 생각이라고 얘기하고 호스피스에 대해 알고 싶다고 얘기했다.

말기로 가면 암은 그 고통이 상당하다던데.. 이 병원에서는 그럴 경우 어떤 치료를 해 주는지 물어 보았다.

그리고 지금 내 상태에서 말기까지 대충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도 물어 보았다.

생각보다 만족한 대답이 돌아왔다.

길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예약없이 갑자기 찾아 간지라 다음에 한번 다시 오겠다고 말하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