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맘 일기

23.슬기로운 항암생활 (10일차 )

코부타 2023. 9. 23. 17:06

 

 

 

 

 

 

 

 

항암 10일차.

버틸만 하다.

 

항암하면 밥도 못 먹는 줄 알고 죽만 이틀동안 줄창 먹어댔다.

but,

변화에 민감한 사랑맘, 내 몸의 변화를 잽싸게 눈치챘다.

이러다 죽겠다.. 싶더라.

"죽"가지고 해결될 몸이 아닌것 같았다.

다시 밥으로 컴백.

소화장애가 염려가 되긴 했으나 아직은 버틸만 했다.

명치 쪽이 계속 아프긴 했으나 밥을 먹었다고 더 아프진 않았다.

 

며칠 지나자 자신감이 생겼다.

좋아하는 삼겹살도 구워먹고,부추부침게도 부쳐 먹고, 먹고 싶었지만 두달 넘게 참았던 라면도 뚝딱 먹어 치웠다.

그렇게 먹은 탓인지 빈혈은 많이 사라졌다.

몸에 기운이 없긴 하지만 이 정도면 집안일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항암 후유증 중 하나.

변비. 

많이 걱정했었다. 평소와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하루에 한번 화장실은 갔다.

아마 이것저것 잘 챙겨 먹은 탓??

 

사랑이가 배 안에 있었을때...

입덧은 없었으나 먹을수가 없었다. (이것도 입덧인가??)

굶을순 없고 먹기는 죽기보다 싫고..

그때 나와 우리 사랑이를 살려준건 낫또였다.

하루 3끼를 낫또만 먹었다.

먹었다는게...그냥 씹어서 먹은게 아니라 삼켰다. 

내가 아는 한 가장 먹기 쉽고 나름 영양가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밥을 먹은건 임신 9개월때부터 였다.

그때까진 매일 울면서 낫또를 먹었다. 살아야 했으니까..

덕택에 아이를 낳고 5년동안 낫또는 쳐다도 안 봤다.

 

 

 

그리고...수술후 다시 찾은 낫또.

열심히 먹었다.

 

낫또 맛있게 먹는 법.

낫또, 계란 노른자, 흰파 다진것 ,참기름을 넣고 마구마구 저어준다.

그리고 밥 위에 얹어 먹는다. 김과 함께 먹으면 더 맛있다.

조금 색다르게 먹고 싶으면 거기에 김치를 다져서 넣는다.

이건 일본 방송에서 최고의 먹거리로 소개한 적이 있었다.

김치의 유산균과 만나서 어쩌고 저쩌고 떠들었었는데...내용은 다 까먹었고 몸에 좋다는 것만 기억난다.

가격도 착하고 아주 기특한 먹거리다.

그리고 평소엔 쳐다도 안 보던 요거트도 열심히 먹는다.

이건 블루벨리, 호두,꿀을 넣고 매일 아침에 먹는다.

 

 

난 항암전의 일상을 살도록 노력했다.

사랑이에게 아파서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다. (너무 미안해서..)

하기 싫은 항암이었지만 어차피 엎어진 물.

제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다.

 

항암약으로 인해 면역력이 없어 졌으니 작은 사고라도 있으면 안될것 같아 조심해서 움직였다.

항암환자의 50% 이상이 구내염에 걸린다고 한다.

그러면 당연히 먹을수가 없다.

그래서 치과에 가서 미리 구내염 예방 가글약과 연고를 처방 받았다.

오는 도중 갑자기 쏟아지기 시작한 소나기.

비에 젖으니 추웠다.

항암 환자에게 감기는 치명타.

처방전을 들고 찾아간 약국에 에어컨이 틀어져 있어 앉아 있을수가 없었다.

젖은 옷 때문에 추웠던 탓이다.

앉아 있질 못하고 서서 온 몸을 손으로 부비며 있는 내 모습을 사람들이 쳐다본다.

밖으로 나갔다. 밖이 오히려 따뜻하다.

약국 밖에 나가서 서성거리다 생각난 처방.

우비를 샀다.

우비를 사서 쓰니... 오~~~ 안 춥 다.ㅋ

내가 항암중이 아니었다면 그깟 비쯤. 오히려 일부러라도 비 맞으며 집에까지 왔을거다.

사랑맘은  소나기 엄청 좋아 하걸랑.

어렸을땐 소나기가 오면 일부러 비 맞으러 맨 몸으로 나간적도 많았다.

이젠 그런 일상은 꿈도 못꾸는 처지가 됐지만.ㅠㅠ

하여튼 그날 사랑맘은 집에 무사히 돌아왔고 다음부터 외출땐 꼭 겉옷을 갖고 나가리라...다짐함.

 

깜빡하기 일상이었던 사랑맘, 지금은 정신 줄 잡고 약도 잘 챙겨 먹는다.

소화제를  한두번 걸른것 뻬고는 잘 챙겨 먹었다.

 

항암 첫날부터 일주일까지 있었던 작은 부작용들은 거의 사라진듯하다.

다리에 힘이 없는것과 가끔 머리가 빈것 같은 느낌이 들때 빼고는.

그러다보니 가끔  내가 항암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기도 한다.

 

그리고 항암 환자들이 많이 겪는다는 우울증.

죽음에 대한 두려움, 불안,육체의 고통으로 인한 절망, 자신이 처한 현재의 환경에서 오는 스트레스..등등.

그 삶의 무게에 무너져 버린다.

 

사람 사는일이 맘대로 되어 지던가...그럴땐 그냥 다 놓아 버리면 된다.

그런데...말이 쉽지, 다 놓아 버린다는게..ㅠㅠ

그런데 그 길을 통과하고 나면  내가 진 짐이 얼마나 가벼워지는지...경험해 본 사람은 알거다.

 

많은 생각을 할 필요가 없다. 어차피 벌어진 일은 그대로 받아 들이면 된다.

내일 무슨 일이 벌어 질지는 내일이 되어 보면 알 일.

미리 내일 일을 걱정할 필요도 없다.

오늘을 성실하게 살아내면 된다.

 

난,

그렇게 살다, 어느날 죽음이 다가온다면 두려움 없이 그 문턱을 살포시 넘어가고 싶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가 마지막 한 말.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른다.

내일 일에 대해  오늘 염려할 필요는 없어,내일은 내일 생각하자"

 

얼굴도 이쁜데 똑똑하기 까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