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맘 일기

24.슬기로운 항암생활(탈모 시작)

코부타 2023. 9. 25. 22:25

 

올것이 오고야 말았다.

생각보다 수월하게 지나간다....했더니.

 

샤워중.

손가락으로 훑으니 머리카락이 술술 빠진다.

 

오,마이 갓~~~~

소중한 내 머리카락.

담아서 갖고 나왔다.

 

 

 

얼마 전 퇴원 후 집에 돌아 왔을때 사랑이 왈,

"엄마, 어차피 머리카락 다 빠질텐데... 커트 해 보면 어때? 엄마 짧은 머리 해 본적 없잖아.

해보고 싶었던 헤어 스타일 있으면 이기회에 다 해봐. 파마도 하고."

사랑맘 왈

"내가 미쳤어? 어차피 다 빠질 머린데 미쳤다고 돈 쓰니???  기다렸다 싹 밀어 버릴거야!!"

현실 감각 충만한 엄마와, 엄마를 조금이라도 위로 하고 싶은 기특한 딸.

 

 

 

항암  2주후면 머리카락이 빠질거라고 했던 의사 말대로 하루 모자라는 2주차에 갑자기 시작 된 탈모.

너무 정확해서 소름.

사랑이 아빠에게 전화를 했다.

탈모가 시작 됐다고 하니 담날 달려왔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어디,어디"....라고 말한다.

정수리를 보여주니

"흐음........."

더 이상 말이 없다. 

 

손으로 쓰윽 훑으면 쑥쑥 빠지는 머리카락.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하면 사랑이에게 깍아 달라고 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막상 닥치니 사랑이에게 너무 잔인한것 같아서 마음을 바꿨다.

미장원으로 가기로 결정.

그런데......뭔가 섭섭하다.

버텨????

그래,조금만....더.(그래봤자 일주일??)

 

아쉬워서 조금만 더 버티기로 결정, 하지만 긴 머리카락은 불편하다.

가위로 싹뚝,미련없이 잘랐다.

 

 

친구와 헤리포터 연극을 보러갔던 사랑이가 돌아왔다.

머리를 보더니...

" 잘 어울리는데?? 엄마 단발머리 이쁘네??"

"그지? 잘 어울리지?? 깔끔해 보이고"

 

고딩이후 처음 단발을 해 봤다. 그런데 이게 내가 봐도 잘 어울린다.

왜 이걸 이제 알았을까... 10년은 젊어 보인다. 

역시 항암의 끝은 재혼.......ㅎ

 

정수리는 훵한데..거울에서는 안 보인다. 일단 얼굴의 앞만 보면 오늘은 봐 줄만 하다.

내일은 어떤 모습일지..모르겠고.

어찌됐건 일단 이 순간만이라도 즐길란다.

 

미장원....가기 싫다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