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맘 일기

30.슬기로운 항암 생활 ( 야홋!!!!)

코부타 2023. 11. 24. 12:49

4번째 주사를 맞는 날.

가기 싫다. 

주사의 횟수가 더해 질수록 부작용이 점점 심해져 자신이 없었다.

주사를 맞기 전, 의사에게 약의 양을 조절해 줄것을 요청 했으나 거절 당했다.

약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한 보따리의 약 봉지들..

 

 

 

때늦은 여드름.(여드름이 아니라 발진이었지만 생긴게 여드름과 같다)

손톱은 점점 더 시커멓게 변하고..

빠질 염려가 있으니 맛사지를 열심히 해 주라는 의사의 권고.

맛사지를 열심히 하고는 있지만 손톱을 짧게 자르지도 못한다. 

언제 빠질지 모르니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은 때늦은 애정.

 

 

 

 

난 못 말리는 오래된 습관이 있다.

내 손 들여다 보기.(예쁜 손 보기)

이젠 나이가 들어 어쩔수 없지만 난 우굴쭈굴한 내 손을 보기가 싫다.

그래서 악착같이 지금까지 유지해온 메니큐어 바르기.

몇십년을 유지해온 내 유일한 취미가 항암을 시작하면서 끝났다.

시커멓게 변한 내 손톱을 보고 사랑이가 메니큐어를 바르라고 한다.

 

"지금은 안돼. 항암 끝나면......"

 

엄청 풀죽은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다시 바를날이 오겠지?

 

 

주사를 맞고 온 날 부터 일주일간은 아마 잠만 잔것 같다.

다리의 힘은 다 풀려서 걷기도 힘들었고 무엇보다 잠이 쏟아져서 견딜수가 없었다.

운동은 뭐, 이미 포기.

까다롭게 챙겨 먹던 고단백 음식도 이젠.... 지쳤다.

 

슬기로운 항암 생활 열심히 하는 환우들.....존경한다. 진짜로!!!!

 

난 여기까지 인가보다...라고 생각 할 즈음, 몸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언제그랬냐는 듯 다리에 힘이 생기기 시작 귀찮지만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을 한 날과 안한 날의 컨디션이 너무 달라 어쩔수 없이 해야했다.

먹는것도  귀찮았던 일주일...조금씩 다시 챙겨먹기 시작했다.

 

 

까까머리 머리도 이젠 익숙해져서 오히려 머리를 기르고 싶은 마음이 없어졌다.

날씨가 추워져 머리가 시리긴 하지만 여름엔 시원할거 아님???

의외로 이 머리가 잘 어울려 사랑인 항암이 끝나면 쇼트헤어를 할것을 주문했다.

그대신 옷을 좀 신경써서 입어야 할거라는 조언과 함께.

나도 그럴 의향이 충분히 있다.

 

 

 

 

다음 달 부터는 약이 바뀔거라는 의사.

4번의 주사가 남았다.

이 주사가 부작용이 심하면 치료를 중단 할거라는 의사의 말이 천사의 음성처럼 들렸다.(그럼,그래야지...)

항암주사가 안 맞아 여러약을 바꿔가며 치료하는거,특히 3번 이상....이거 아무 효과 없다고 텍사스의 암센터에서 30년간 근무했던 유명한

의사가 말한걸 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주치의의 말에 백번 수긍했다.

 

"나 만날걸 행운으로 아세요, 당신이 만약 다른 유명한 암치료 전문 병원을 갔었다면 이렇게 치료 안해줍니다"

 

잘난척은...ㅋㅋㅋ

하지만 인정!!!!!!

 

무슨 얘기인지 안다.

정해진 룰에 따라 순차적으로 행해지는 교과서적인 의료행위를 나에겐 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항암치료...사실 뻔하다.병명에 따라 정해진 항암제를 사용하는것.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부정하지 못한다. 그는 나에게 맟춤형 치료를 해 줬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나의 이야기를 열심히 들어 주었고 나를 납득시키기 위해 엄청난 시간을 투자해줬다. 미안할 정도로....

하나부터 열까지 꼬치꼬치 물어보고 딴지걸고....그런 나를 열심히 설득시키며 조그만 부작용도 놓치지 않고 치료해 줬다.

감사하지 않을수 없다.

연말엔 작은 선물이라도 들고 가서 인사를 할 생각이다.

 

 

 

 

반의 성공.

가장 독하다는 항암제를 잘 버텨냈다.

항암 부작용이 심한 사람들은 정말 말로 할수 없는 고통을 짊어지고 산다.

아직 남아 있는 치료가 심리적으로 많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 겨울이 지나면 다 끝날일.

 

그래도 머리속은 어떻게 하면 이 항암을 피해갈까....를 생각하기 시작했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