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펀과의 전쟁

2018. 8. 30. 18:44

코부타 사랑맘 일기




사랑맘의 행복은 사랑이의 방학과 함께 시작됐다.

아침까지 늘어지게 늦잠을 잘수 있었던 날들.

아침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쌀 일이 없으니 

저녁 늦게까지 영화를 보고 컴과 한몸되어 웬종일 뒹굴어도 내일이 걱정되지 않는 행복했던 순간들...

그러나 이제 눈물을 머금고 사랑했던 그 시간들에게 사요나라를 고한다.









한달전 사랑이가 방학하던날.

학교에서 돌아온 사랑이의 얼굴을 보자마자 사랑맘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


; 성적표!!!!

사랑이;......이따가.....

; 우껴~~뭐가 이따가야, 언넝 가져와.


작년 일이다.

까먹기 잘 하는 사랑맘은 기말 시험본걸 깜빡 했었다.

엄마가 아무 소리 안하고 지나가니까 얼렁뚱땅 사랑이도 걍 넘어 갔고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해서야 기말고사를 기억해낸 사랑맘은

성적표를 어디 뒀는지 모르겠다며 오리발을 내미는 사랑이에게 속절없이 당했던 속쓰린 경험이 있다.

하지만....

이번엔 어림없다 이거지.

나도 옛날에 다 울 엄마한테 써먹었던 수법이걸랑.<실은 난 좀 더 고도의 수법을 써먹었었다 ㅋ>

딸님아. 너의 머리 위에 엄마가 있다는거 아니?


표독스런 눈빛의 엄마에게 기가 눌려 어쩔수 없이 성적표를 내민 딸.

들여다 보니 사정없이 떨어져 버린 성적.

와우!! 사랑맘의 예상 적중!!!!




/p>


; 어떡할래?

사랑이;..........................


아무말이 없다는건 "엄니의 소신대로 행하시옵소서......"란 뜻이렸다??



학기말 시험 시작 하루전.

책상에 앉아 책 밑에 핸펀 깔아 놓고 공부하는 척 하는 사랑이를

매의 눈으로 포착해 버린 사랑맘.

핸펀과 일심동체가 되어 사는 딸을 이대로 방치할수는 없다고 생각한 사랑맘은

사랑이와 최후 협상을 했었다.


;  넌 얼마든지 공부하는 척하고 엄마를 속일수는 있어.

     그리고 아마 엄마는 속겠지.

     하지만 니가 절대 속일수 없는게 있어.

     성적이야.

     성적은 니가 하는것 만큼 올라가 주거든.

     안하면 당연히 떨어지고.

     이번에 성적 떨어지면 핸펀 시간 제한 할꺼야.

     불만 있어?


사랑이; .............알았어......



그리고 학기말 시험 끝나기 하루전.

바이트가 끝나고 집에 들어 가니 

사랑이가 심각한 얼굴로 사랑맘에게 다가온다.


사랑이; 엄마,할얘기가 있어.

;뭔데?

사랑이; 여기에 좀 앉아 봐바.


사랑이가 지목곳은 식탁.

사랑이와 난 심각한 얘기가 있을땐 항상 식탁에서 마주 보고 앉아 이야기 한다.


사랑이; 엄마 화내지 않겠다고 약속해줘.

; 얘기 들어 보고 정할께.


(울상이 되어 버린 사랑이.)


                                                                      사랑이;실은 엄마...

                                                                                  엄마 나간 다음에......나,공부 안했어.


(헐~~ 이런 극비 사항을 이렇게 쉽게 발설 해도 되는 거임???)


;????? 그럼 뭐했어?

사랑이; 핸펀을 잠깐만 하려고 했는데......정신을 차려 보니까 시간이.....

          정말로 시간이 이렇게 지나간 줄 몰랐어.

          나도 너무 놀랬어.

          그래서 곰곰히 생각해 봤어.

     옛날엔 책도 많이 읽고 그림도 많이 그리고 그랬는데 핸펀을 하게 된후로

          이것들과 너무 멀어진것 같아.

          내가 너무 망가진거 같아.....엉엉엉~~~

          엄마랑 나랑 평소에 사이 좋은데.....근데 항상 이 핸펀 때문에 다투고...

          이 핸펀만 없으면 엄마한테 혼날일도 없는데.

          나...쓰레긴가봐....엉엉엉~~~

엄마,난 이런 내 자신이 싫어.

이러다 내가 앞으로 어떤 인간이 될지 상상만 해도 무서워.............

엄마,나 진짜로 이제부터 핸펀 많이 안할거야.

미안해,용서해줘.

          나 ,게임 어플 다 지웠어, 이렇게 깨끗하게 다 정리했어.


핸펀을 들여다 보니 유료로 구입한 어플 한개 빼곤 정말로 게임 어플은 다 지워져 있었다.






"근데......요것이 지금 성적 떨어질거라고 미리 생각하고 작전 쓰는거 아냐?설마~~~"


사랑이 일은 누구보다 이 엄마인 내가 잘안다.

그런 머리가 돌아가는 애가 아니라는건 아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그래도 울면서 저렇게 반성하는데 매몰차게 할수도 없고.....


; 알았어, 그렇게 생각했다니 오히려 엄마가 고마워.

    니가 감당할 능력이 없으면 그런 방법도 괜찮지.

    앞으로는 라인하고 음악 듣는거 빼고는 자제해 줄수 있지?

    엄마가 너 한번 더 믿어 볼께.

    엄마를 실망시키지마.


말은 이렇게 했지만 마지막 시험 전날 웬종일 겜만 했다는 말에 속은 부글부글 끓어 오른다.


"하아~~ 얜 진짜 바본가벼.

걍 넘어가면 공부를 했는지 안했는지 엄마가 모를꺼 아님?

나중에 성적 떨어지면 그건 그때가서 해결하면 될일을!!!! "


답답하리 만큼 앞뒤가 꽉 막힌 딸을 보면 얘가 사회 나가서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수 있을지.....떨어진 성적보다 더 걱정이 된다.





이게 불과 한달전의 일.

처음 며칠간은 사랑이도 많이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주일도 채 안되어 슬슬 핸펀을 손에 쥐고 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이번 방학땐 하루에 한장씩 뎃생 연습을 기필고 시키리라 마음 먹었건만

방학이 끝나고 세어보니 겨우 다섯장...<에게게???>

방학 끝나기 3일전부턴 밀린 숙제 하시느라 정신 없으신 딸님을 보고 있으니

울화통이 터져 내가 내명에 못살지 싶다.

자식이 아니라 웬수라니까!!!!




방학 마지막 날까지 숙제하시느라 정신 없으신 딸님을 식탁 앞으로 불러냈다.


: 엄마가 더 이상은 못참겠는데, 어떡할까?

사랑이; ........(묵언 수행...)

; 핸펀땜에 니 인생이 이상하게 꼬이는거 같어.

     컴이건 핸펀이건 잘 사용하면 유익한 도구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이 되걸랑?

     근데 니가 그런거 같어.

     니 의지로 해결이 안되니까 엄마가 할수없이 강경책을 써야겠어.

     하루에 2시간 제한 걸꺼야.

     불만있어?

사랑이;.........................(여전히 묵언수행....)

; 입에서 곰팡이 설겠다!!!뭐라고 말좀 해 보셔!!!

사랑이: ......(그래도 묵언수행...)


하루에 두시간씩 시간 제한을 한다고 하니 입이 댓발 나온 사랑이.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두문불출이다.

저녁이 되어, 핸펀을 갖고 오라는 사랑맘의 불호령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헐~~반항하는거임?????어따대고!!!!!>




아침도 굶고 학교가는 사랑이의 뒷통수를 향해 한마디했다.


"이번주 안에 핸펀 정지 시킬꺼야,그렇게 알고 있어!!!!!"


말은 이렇게 했는데.....

해약금하고 기계값 남은거 다 내려면 10만엔은 내야 할것 같아 속도 쓰리고

학교에서의 모든 연락망은 라인을 통해야 하는데

그걸 끊어 놓으면 일이 복잡해 질것 같고......

뱉은 말이 있으니 뭔 모션이라도 취하긴 해야겠는데......

하아.....방법이 읍다.




핸펀아....

너땜에 내가 몬산다.....

사랑인 아무 죄 읍다.

니가 세상에 나온게 죄여!!!


사랑맘 고딩땐 핸펀 같은건 상상도 못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땐 아무리 멀어도 발품 팔아 얼굴을 맞대고 놀았었다.

대학가요제에 나온 오빠들에 열광도 하고, 기타 치고 노래하며,가끔은 삶에 대해 고민도 좀 해보고....

그렇게 보낸것 가튼데.....

이젠 핸펀 하나로 모든게 다 해결 되는 시대.

이 시대의 변화에 사랑맘은 어떻게 발을 맞춰야 하는건지.......갑갑~~~하다.



근데 겜은 도대체 어느 잡것이 만든겨?????

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