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오전10시.

사랑인 자기 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난 설겆이를 하고 있었다.

 

"캬악!!! 엄마아앗!!!!"

비명소리에 놀라 사랑이 방으로 냅다 달려갔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랑이와 마주쳤다.

 

"왜??? 모야!!! "

 

벌레가 나온 줄 알았다.

원래 사랑인 조그만 벌레만 봐도 비명을 지른다.

 

사랑이 :" 붙었어!!!!!"

나 :"뭐? "

사랑이 :"붙었다고!!!"

나 :"발표 오후잖아"

사랑이 "아니야, 10시야"

시계를 보니 10시 5분.

1차때는 오후였었다.

당연히 2차도 오후인줄 알았던 사랑맘.

사랑이가 날 껴안고 운다.

 

둘이 한참을 껴안고 있었다.

 

"수고했어, 축하해. 빨리 아빠한테 전화하자."

사랑이 아빠에게 전화를 하고 둘이 한참을 서서 얘기를 나눴다.

 

사랑이: "엄마...실은 나  하나님한테 기도했었어."

나:" 무슨 기도?"

사랑이:" 나 대학 떨어져도 좋으니까 아빠 병 낫게 해 달라고..."

나 :" 어쭈~하나님하고 거래를 한거야?"

 

사랑이 아빠가 얼마전에 폐암 판정을 받았다. 

그게 마음이 아팠었나보다.

그래도 그렇지 감히 하나님한테 거래를??

하지만 대견했다.

자신의 가장 소중한 꿈을 아빠의 건강을 위해서 포기한 사랑이가 기특했다.

나도 그랬었거등. 아주 옛날에.

사랑이 아빠 사업이 망해도 괜찮으니 하나님 좀 믿게 해 달라고....

그 엄마의 그 딸이다.

 

그런 기도 들어줄리 없는 하나님이시겠지만 그당시는 절실했었다.

사업은 망했는데....그는 하나님을 믿지는 않았다.

나의 기도는 반만 성취됐다.ㅋㅋㅋ

 

"엄마,내 볼좀 꼬집어봐. 이거 진짜지??? 나 붙은거 맞지??"

 

 

 

 

 

합격자 명단을 보여주며 자기의 수험번호를 몇번이고 확인한다.

 

나: "원하는 대학에 붙어서 기쁘겠지만...이 기쁨은 잠시 일거야.

 살다보면 상상하지도 못하는 어려움이 닥칠때도 있어.

 지금은 실컷 기뻐하고 즐겨. 그러다 어려움이 닥치면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해 놓고 잘 버텨내는거야.

 다 지나가는거니까....우리 인생에 항상 기쁜일만 있는게 아니라는거 알지? 

 좋은일이 있다고 자만할것도 아니고 어려움이 있다고 절망할것도 아니야.

 예대가 명문대이긴 하지만 그거....별거 아냐. 엄마 나이 되면 알거야. 그리고 교회 열심히 나가야 돼. 알았지? 그동안 수고했어."

 

잔치상에 찬물 뿌리는 말을 쏟아내는 엄마. (눈치라고는 1도 없는.....ㅠㅠ)

 

사랑이: " 알았어 엄마. 교회 나갈꺼야"

 

그날의 기억이 너무 생생하다.

곱게 자랐고 실패라는걸 모르며 살아온 사랑이는 요 몇년 동안 뼈를 깍는 아픔을 겪었다.

합격자 발표때마다 이불 속에서 흘린 눈물들이 촉촉한 자양분이 되어 사랑이를 더욱 성숙하게 키워냈을거다.

그 경험들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 난 안다.

 

사랑인 원하는 대학에 갔고 신나는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

어렵게 들어간 학교니 아마 남들보다 몇배의 기쁨을 맛보고 있을거다.

 

딸!!! 축하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한번도 사랑이 아빠와 같이 학교를 간 적이 없었다.

입학식, 졸업식.....따로 국밥이다.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쳐도 서로 모른척했었다.

하지만 이번엔 우에노 공원을 가로질러 같이 입학식장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셋이 함께 사진도 찍었다.

 

사랑이에게 많은 기대를 했었던 사랑아빠. 

그의 마지막 자존심을 사랑이가 지켜줬다.

사랑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