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여자

2024. 4. 24. 18:50

코부타 사랑맘 일기

 

 

 

아마 6차 항암 주사를 맞으러 가던 날이었던것 같다.

엄청난 바람.

이 지역이 유난히 바람이 세다.

역에서 내려 아무 생각 없이 걷는 중,심한 바람 탓에 모자가 훌러덩 벗겨져 버리고 말았다.

 

" 꺄악!!!"

 

저절로 비명이 나왔다.

황급히 모자를 주워서 뒤집어 쓴후,누가 본사람 없나...슬쩍 둘러보았다.

 

그때 내 눈에 포착 된 젊은 커플.

그런데......

웃고 간다.

내 머리가 좀 웃기긴 했겠지만, 그래도 뒤에서 웃지...앞에서 웃는건 쫌 실례아님??

그때 내 머리 상황이....

 

 

 

 

이 위에 모자를 쓴것이다. 근데 그 모자가 날아가 버린거임.

그 커플들은 내 대머리 사정을 모르니 " 저거 뭥미???" 했을거임.

 

암튼 그나마 사람이 둘 밖에 없었던게 나에게 위로라면 위로였다.

역 앞, 사람 많은 곳에서 벗겨 졌어봐....아우, 생각하기도 싫다.

 

가발이 있긴 하지만...쓰면 상당히 답답해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그래서 부분 가발을 사서 나름 바느질 까지 해 가며 만들었는데 이렇게 바람에 취약하다니.

 

 

 

 

 

모자에 달린 가발도 있긴 하지만 이건 집 앞에 나갈때 사용한다.

왜냐면 별로 이쁘지가 않아서..ㅋ

그런데 이 모자도 자전거 타고 가다 3번이나 훌러덩 벗겨졌었다.

신나게 달리다 모자가 날아가 버렸다.

급하게 자전거를 세우고 뒤를 돌아보니

빨강색 페라리가 멈춰있다. 

 

옴마나.. 페라리!!!

 

아마 모자가 날아가는걸 보고 멈춘듯하다. 근데...

 

"아니 그냥 가시지....뭘 기다리시나.."

 

4차선 차도에 지나가는 차도 없는데 그냥 가면 될걸..구지 기다려 주시는  친절한 페라리 아저씨.

페라리에 정신이 팔려 쪽팔림도 잊었다.

이 동네에선 보기 힘든 차라....

근데 빨강색 페라리...이쁘긴 하더라.ㅋㅋㅋ

 

암튼 그런 고난의 끝에서  찾아낸 아이.

뜻있는 곳에 길이 있다곳!!!

 

 

모자와 내 옷에 연결만 시켜주면 된다. ㅋㅋㅋ

나를 위해 이 세상에 나온 아이.

이제야 만나다니. 지금도 잘 사용하고 있는 효자 아이다.

사랑혀~~~

 

내가 궂이 부분 가발을 쓰는 이유.

부분 가발을 쓰면 그 위에 내가 원하는 모자 아무거나 사용 가능하고 젤 이쁘기도 하고 편했다.

 

그런데 날씨가 갑자기 더워져 걱정이 생겼다.

모자를 쓰면 엄청 덥거덩.(반대로 겨울엔 따뜻해서 좋다)

가발 없이 모자만 써 봤다.

어떤 모자를 써도 머리카락이 안 보이니까 엄청 이상하다.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하는 머리.(이거 어쩔껴..)

 

"사랑아,여름에  엄마 어쩌지???"

 

" 모자 쓰지 말고 그냥 다녀, 짧으면 어때. "

 

이런 조금도 도움이 안되는 지지배.

너 같으면 이 머리로 밖에 다닐수 있음????

 

"엄만, 여름되면 밖에 안나갈거야. 슈퍼만 잠깐 저녁에 갔다 올거야"

 

진짜다.

며칠을 생각하고 내린 결론이다.

밤에만 나다니는 여자가 되기로 했다 (집에서 1킬로 반경내)

 

"밤의 여자"

 

난 낮엔 밖에 안나갈거야.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