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돌아 오자마자 컴 앞에 앉았다.

그리고 유방암에 대한 본격적 수업에 돌입했다.

일단 내가 받은 검사들에 대한 복습부터 시작했다.

평생 듣도 보도 못한 생소한 단어들. 

이 모든것을 일본어로 이해해야 하고 말할수 있어야 한다.

최소한 의사의 말을 알아 듣고 질문을 할 수준은 되야 할것 같은데, 이미 녹이 슬어버린 기계가 말을 듣지 않는다.

 

 

 

 

 

 

 

 

 

 

 

드뎌 2주후. 검사 결과가 나오는 날.

공부하느라 시간은 빨리 갔지만 조갑증나서 죽는 줄 알았다.

성질 급한 사람은 절대 암 걸리지 않도록 자나깨나 조심하자.

 

일본에 처음 왔을때 사랑맘은 어딜가건 "빨리 빨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느려터진 이 쪽의 문화가 급한 나의 성격과는 안 맞았던 탓이다.

지금은?

분식집 개 3년이면 라면도 끓인다던데

하물며 난 이곳에서 30년을 넘게 살았으니 이젠 이곳의 문화도 적당히 몸에 익은듯하다.

"빨리 빨리" 라는 말은 내 입에서 사라졌다.

이사를하고 인터넷 설치를 부탁하니 3주 걸린단다.

이런것도 이제는 그러러니..하며 넘어갈줄 알게 되었다.

여긴 어딜가던 뭘하던 늦다.

일본에 와 본 사람들이나 사는 사람들은 아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실듯.

아마 한국 사람들과는 제일 안 맞는 문화일거다.

 

집을 나서니 덥다. (당연하지 여름이니까....)

그런데 이 더위가 한국의 더위와는 차원이 다르다.

섬나라라 습도가 높은 탓에 찜통에 들어 앉아 있는듯한 더위다. 

난 왜 하필 이 더운 여름에 병이 나서 이 고생을 하나....

궁시렁 궁시렁 신세한탄을 하며  도착한 병원.

또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하나...(다음부터는 도시락을 싸올까부다. 기다리는 동안 병원 의자에 않아서 피크닉 기분 좀 내 볼까..)

난 간호원에게, 최대한 굳은 얼굴로 내 차례는 언제냐고 물어본다.(겁 주는 중임 .ㅋㅋㅋ)

또 한시간 반을 기다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순서 안지키면 나 화낼꺼야... 라는 무언의 시위)

예약을 했음에도 한시간 이상을 기다리는거...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합리하다.

 

 

 

병원 안은 또 왜 이렇게 더운지 땀이 줄줄 흐른다.

아마도 절전 중인듯하다. 지구 온난화 때문에??

 

 

 

 

생각을 해 보니 올해는 어딜 가든지 더웠다. 

백화점, 병원, 전철안,쇼핑센터.은행

작년까지는 밖이 아무리 더워도 실내로 들어가면 어디든 에어컨이 빵빵하게 들어와 시원했었고 시간이 조금 지나면 춥기까지 했었다.

그래서 항상 겉옷을 가지고 외출을 했어야 했는데 올해는 거의 겉옷이 필요가 없다.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틀어 놓은 곳이 드물다는 얘기다.

다른 동네 사정은 모르겠으나 내가 사는 곳은 그렇다.

너무 더워 짜증은 나지만 그래도 견딜만 하다.

지구가 아프다는데 어쩔껴.

 

드디어 내 번호가 불려졌다.

진료실로 들어가니 첨 보는 의사다. 

내 주치의는 누구냐??

도대체 의사가 몇번이나 바뀌는거임?

진료실에서만 4번.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정상이 아니다.

내가 이런 말을 왜 하냐면 일본에선 한번 담당의사를 정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은 절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됐건 그 자리에서 내 주치의는 어딨냐고 물어 볼수도 없고...어차피 얼굴도 두번 밖에 안본 사이라 아쉽지도 않아 그냥 넘어갔다.

그리고 무었보다, 검사 결과가 좋지 않으면 병원을 옮길 생각을 했으므로 주치의는 내게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진료실에 들어간 난, 테이블에 소형 녹음기를 올려놨다.

의사: (눈이 똥그래지며) 이거 뭔가요?

나 :녹음기 입니다

의사 : 녹음 하려고요?

나 : 네.제가 외국인이라 선생님의 말을 다 못알아 들을것 같아요.

      녹음해 놓으면 도움이 될것 같아서요

의사 :  누가 통역을 해 주나요?

나 : 제 딸요.

의사 : 딸이 일본어를 합니까?

나: 국적이 일본입니다.(일본어가 모국어라는 뜻)

의사 : 안됩니다.

나 : 안되요? 왜 안되나요?

의사 : 그냥 안됩니다.

 

(병원에서 사용하려고 일부러 구입한 소형 녹음기다.)

 

뭐,이런 등신같은  ...

그냥 안된다니.나,참 어이상실.

아무소리 안하고 난 녹음기의 정지 버튼을 눌렀다.  

 

 

 

 

의사 : 검사결과는 악성입니다.

나 : 네..... 그렇군요.

이미 짐작을 하고 있었으니 놀랍지도 않았다.

의사 : MRI와 CT 검사를 하세요.

나 : 아뇨, 죄송하지만 병원을 옮길 예정입니다. 

      남은 검사는 옮긴 병원에서 하겠습니다.

 

의사가 황당하다는 듯이 날 쳐다본다.

너무 당연히 이 병원에서 내가 치료를 할줄 알았었나보다. (뭔 자신감??)

내가 외국인이라 이곳 시스템을 모른다고 생각했나?? (우껴~~~ㅋ)

이곳은 유선과(유방외과) 가 없다.

이말인즉슨 전문의가 없다는 말이다.

2주에 한번 외부에서 오는 전문의가 유방암 진료를 한다.

검사 결과를 항상 2주후로 잡은것도 아마 이런 이유에서 였으리라.

처음부터 이 사실을 알고 간건 아니다. 몰랐었다.

이 병원은 유선외과는 없었으나 웃기게도 유방암 수술 실적은 있었다. 

 

그러니까 난 처음부터 병원을 잘못 찾아간거다.

일이 이렇게 크게 될줄 몰랐었던거지...

 

 

 

보다시피 유방 전문 외과가 없다. 

 

 

 

의사 : 병원은 찾으셨나요?

나 : 몇군데 생각 해 놓은 곳은 있습니다.

의사 : 소개장을 써 줄테니 병원명을 얘기 하세요.

나 : 아직 정하진 않았는데요?

의사 : 그럼 정해지면 다시 오세요.

나 :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초음파 검사 결과는 어떤가요? 사진 좀 볼수 있나요?

의사 : (마지못해 모니터를 켠다)

 

그렇게 난 내 종양의 모습을 모니터로 처음 봤다.

 

나 : 그런데 제 유방암의 종류가 뭔가요?

의사 : HER 2 입니다.

나: 그런가요?

의사 : 불러 줄테니 적으세요.

 

뭐시라!!!! 적으라고!!!ㅋㅋㅋ

난 내 귀를 의심했다.( 이거 뭥뮈???)

3번의 검사 결과에 대한 아무런 설명도 없이 의사는 "악성" 이라는 단어 하나로 퉁치려고 했다.

이런 경우 있음??

어처구니가 없다.

병원에서 검사받고 자기 병명을 나처럼 손으로 적어서 갖고 나온 사람 있으면 손!!!!!!

 

 

 

내 유방암의 종류는 Her2 란다.

유방암은 4종류의 얼굴이 있다.

그중 하나가 Her2다.

 

ki67은 단백질인데  세포안에 존재하는 단백질이다. 이게 암세포의 증식과 관계가 있다.

숫자가 높으면 높을수록 좋지 않다.

20%~ 30% 면 높은 측에 속하는데 난 40%....음..조금 높다. (움직이는 단백질이 40% 보인다는 뜻이다)

내가 본  어떤 젊은 유튜버는 이 수치가 90%였고 너무 빠른 암세포의 증식으로 1년만에 사망했다.

결혼도 안한 예쁜 아가씨였는데.....안타까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