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사랑이가 미술 과외 가는날.

어제 늦게까지 그림 그리느라 잠이 부족했던 딸은

늦잠을 잤다.

서둘러 샤워를 마친 사랑이의 머리를  말려주는 사랑맘.

밥은 이미 거울 앞에 대령.

가끔 벌어지는 우리집 아침 풍경이다.


밥을 먹던 사랑이가 

(사랑이) : "엄마,전에 먹었던 공원풀,그거 또 없어??"

(나) : "공원풀이라니???? 그게뭐야?"

(사랑이) : "있잖아,그거....엄마가 공원에서 갖고 왔던 풀"

(나) : "아~~~~~~그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미쵸!!!!!

여기선 돈주고 살수도 없는 귀하신 ?님께 감히 "풀"이라닛!!!!!!


너....잘못한거얌!!!



예전에 사랑맘이 살던 집 옆엔 공원이 있었다.

동네 공원이긴 하지만 사람도 없이 썰렁한....

사람이 없으니 관리도 허술해서 어린 사랑이가 흙장난하고 놀기엔 조금

염려스러웠던 점이 있었다.

그때만해도 기운이 펄펄 넘쳐나던 시절이라 사랑맘은 

그 넓은 공원을 이틀에 걸쳐 청소를 했다.


사랑이가 타던 그네도 갖고와 나무에 걸쳐 놓고 그럴싸한 그네도 만들어 주고

풀도 뽑고(허리 아파 죽는줄 알았다능~~~~)

맨발로 뛰어 놀게 하기 위해 공원 바닥 청소부터

흙장난을 할 모래밭도 깨끗이 청소를 했다.

말하자면

나라 땅으로 내 정원(?)을 만든 셈이다.ㅋ


어렵게 찾은 그 당시 공원 사진.

↓↓↓

앞에 보이는 큰 나무 옆에 사랑이용 작은 그네를 달아줬었다.

사랑이가 자라서 공원 은퇴를 한 후에도 그 그네는 몇년동안 계속 달려 있었다능...ㅋㅋㅋ

아마 작은 아이들은 잘 사용했을듯 하다.

지진이 났을때 사랑맘이 피신했던곳.

사랑맘은 저 미끄럼틀 밑에서 땅이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했었다.



열심히 풀을 뽑는 사랑맘의 코에 뭔가 낯익은 냄새가 코를 찌른다.

이거...혹시....

달랜가????

뿌리도 두툼한것이 영낙없는 달래.

한주먹을 집으로 갖고 왔다.

이리보고 저리봐도 달래 같은데... 확신을 할수가 없었다.

한국의 엄마에게 전화를 해 물어 보았다.


(사랑맘) : "엄마,달래 비슷한게 우리 공원에 많은데...이거 진짜 달래 맞을까???"

(엄마) : "의심되면 먹지마라,탈날라..."



엄마 말 잘 듣는 차칸 딸 사랑맘은 공원에서 갖고 온 이름모를 풀을 과감하게 버렸다.

공원을 쭈욱 둘러가며 자라고 있던 그 풀은 해마다 봄이 되면 내 손에 의해

쓰레기 봉지에 다 담아져 버려졌다.



십수년이 지난 올해 봄.

우연히 알게 된 이 근처에 사는 한국분과 달래 이야기가 나왔다.

(사랑맘) : "아,달래 넣은 된장 찌게 먹고 싶네요"

(지인) : "맛있죠....달래로 부침게 해 먹어도 맛있는데...."

(사랑맘) : "양념 간장 만들어서 밥에 비벼먹으면....크으~~ 아이고 군침도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달래 찬양을 하는데.....

(지인) : "이 근처에 달래 많은데,같이 캐러 갈래요?"

(사랑맘) : "???????????? "

(지인): "이 동네는 달래 천지예요."

(사랑맘) : "아니, 이 동네에 달래가 있다고요?? 혹시......"

예전에 발견했던 풀 얘기를 했더니 깔깔깔 웃는다.

(지인) : "그거 달래 맞아요"

의기 투합한 둘은 날을 잡아 달래 사냥에 나섰다.

일단 사랑이가 놀았던 공원으로 고고~~~

변함없이 잘 자라고 있는 달래.

해마다 사정없이 뽑아서 버렸는데도.....신통한 생명력.

일단 반갑다.

귀하신 몸을 몰라보고 쓰레기 봉지에 마구 버렸던 사랑맘은

참회하는 심정으로 정중하게 잘 뽑아 봉지에 모셔왔다.

좀 작은건 더 자라면 뜯으려고 남겨 두었다.

집으로 돌아 오는 중에 보니

동네 전체 여기저기에 달래 천지다.

억울해라....

이 맛있는 걸 그동안 방치 했다니......



갖고온 달래는 그날 당장 된장 찌게로 식탁 데뷔.

부침게도 만들었다.

사랑이에게 먹어 보라고 하니 엄청 맛있단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그때 먹었던 된장찌게가 갑자기 생각 났었나보다.

느닷없이 밥먹다 말고 공원풀 얘길 하다니...ㅋㅋㅋ

딸아~~

모르면 외우라공!!!! 

달래!!!!!


ps:사랑맘의 위대한 희생정신으로  잘 청소된 공원은 10년간 우리 사랑이와 친구들의 아지트로 사용 됐었다.

이 공원에서 만나 사귀게 된 친구 유나짱은 지금도 사랑이의 좋은 친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