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침 입니다.

핸펀을 만지작 거리던 사랑이가 

"엄마,내가 그린 그림 볼래?"

"응,보여줘."

별 관심은 없었지만 일단은 인사 치례로 한마디 했습니다.

며칠전에 자기 그림이 미술실 앞에 걸렸다는 말을 듣긴 했습니다만

그냥....그런가부다...라고 넘겼는데...


잘 그리지 않았나요?

나만 그런가..........?ㅋ


사진을 보고 살짝 놀랐습니다.

"음.....잘 그렸네?".....라고 대답을 해 주었지만

갑자기 머리속이 복잡 해 집니다.


사랑이는 어렸을때 부터 그림을 잘 그렸어요.

유치원때도 초등학교 때도 미술관에 몇번 사랑이 그림이 걸린 적이 있었구요.

작년에도 우에노 미술관에 사랑이 작품이 전시 된 적이 있었습니다.

수험 준비를 해야 하는 중3때도 공부보다는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속터지는 사랑맘은

 그림 도구들을 전부 감춰 버린 적도 있습니다.


초1때 미술관에 걸린 사랑이 그림.





사랑이가 초6학년때 만든 쿠션입니다.

손으로 한땀 한땀 바느질해서 만들었어요.


전 사랑이 학교 작품전에 가면 이름을 보지 않습니다.

쭉 둘러 보고 괜찮은 작품을 몇개 선정한 후에 그 다음에 이름을 봅니다.

좀 냉정하게 판단하고 싶어서지요.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이름을 먼저 보면 내 딸 작품에 아무래도 점수를 후하게 줄것 같아서 입니다.

항상 엄마의 기대치보다 훨씬 나은 작품을 보여준 사랑이...

이 날도 이 쿠션이 젤 낫다.....싶었는데...

사랑이의 이름 똬악 적혀 있었습니다. 흐흐흐~~~~~



3년전...

인체 뎃생을 좋아하던 사랑이...아무리 해도 손가락이 안그려지는 모양입니다.

 도서관에 가서 뎃생 책을 빌려왔더군요.

좀 놀랐긴 했지만...무시했습니다.


초6때.

학교에서 미술시간에 조각도를 사용했던 모양이에요.

너무 재밌다며 고무 판화를 사달라고 하기에 도큐 한즈까지 가서 사줬습니다.

한번 열중하면 끝장을 보는 사랑이. 

 지 방에서 하루종일 나오질 않더니 저녁 먹을때가 되서 들고 나온 판화.

잉크에 묻혀 찍어 보니.....꽤 괜찮은 모양이 나왔어요.




사랑이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느날 담임 선생님으로 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학교에 좀 와 달라는 전화였습니다.

뭔일인가 싶어 휘리릭 날아간 사랑맘.

"눈여겨 보았는데.....사랑이가 그림에 재능이 있는거 같아요.

얘...미술을 시켜 보시지요?"

"헐~~~~"

생각 좀 해 보겠다고 말은 했지만.....그래도 미술을 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

걍 취미 정도로 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지요.



이유는 단 하나....

들인 공에 비해 장래성이 없다는 생각과

재료비,작품제작비,전시회,거기다 미술 학원도 보내야 하는데

뒤를 돌봐 줄 자신이 없었기때문입니다.

정말 특출하게 잘하는 게 아니라면 취업이 보장되는 

괜찮은 대학의 ?과에 보내고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랬는데....

어제 이후로 시작된 갈등.

미대만 아니라면 사랑이가 원하는대로 할수 있도록 내버려 두고 싶었던 사랑맘이었는데..

"이걸 어떡해야 하나...... 눈 딱감고 한번 부딪혀 봐??

아니,아니.....절대 안돼..."

글쟁이,그림쟁이는 배고픈 직업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수가 없습니다.


이미 한두달전 부터 사랑이와 어떤 대학에 갈것인지,무슨과에 갈것인지 

참 많은 대화를 했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 미대는 없었습니다.


중3때 사랑이와 씨름하느라 체력이 고갈된 사랑맘.

2년간은 편하게 살겠구나 했더니.......

학교에서 보내온 책자.

원하는 직업에 따라 대학 진로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해 놓았습니다.

(흐응~~ 미리 정해 놓으라는거여? 뭐여???)

장시간 사랑이와 머리 맞대고 동그라미를 긋는 사랑맘의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생각 같아서는 외교관에 화악 밑 줄 긋고 싶었지만....ㅎ

사랑이 적성과는 안 맞는것 같아 포기.

(근데...이걸 왜 지금 해야 하냐고!!!!!날 좀 쉬게 해 달라고!!)




올 여름 사랑이의 방학 숙제.

오픈 캠퍼스.

대학 2곳을 다녀 와야 한답니다.

어제 간 곳은 도쿄 수도 대학입니다.



엄마 욕심은 학비 싼 국립대학,그 중에서도 도쿄대학.

이왕 가는 대학이면 좋은 대학에 갔으면 하는 바람인데

사랑이는 펄쩍 뜁니다.


"다음엔 도쿄대,옼케???"

"엄마,거긴 머리가 이상한 애들이 가는데야.

닝겡이 아니라고!!!!!"

" 아니, 못갈것도 없지. 남들 다 가는데 넌 왜 자꾸 못간다고 난리야???"


사랑이는 암기력이 엄청 좋습니다.

공부를 조금만 해도 성적이 팍팍 올라 가는 아이.

적은 시간을 공부하고도 성과를 내는 아이입니다.

그리고 나름 이 시에서는 성적 상위권의 아이들이 가는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고

그 안에서 성적도 중간 이상은 합니다.

(깨알같은 자랑질.....ㅋㅋㅋ 근데...이게 진실인걸 나보고 어쩌라고~~~)

 

지가 하는 공부도 아니면서 눈만 높아진 사랑맘.

 누울 자리 보고 다리 뻗는거다.....라는건 옛말.

누울 자리가 보이면 몸을 접어서라도 낑겨 누우면 되는거지..뭐.


앞으로 2년후...사랑이는 고3입니다.

이대로라면 안봐도 똬악 그려지는 그림.


"가줘!!! 사랑아.제발~~~~only 도쿄대!!!! 도쿄라구!!!!"

아마,자다가도 헛소리 할듯.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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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복병이 나타났네요

미대..........

그냥 무시하기엔 재능이 아까워서

허리끈 한번 졸라 메 볼까....하는 망설임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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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머리 아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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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님.....

제빵 배워서 둘이 오손도손 케잌 가게나 할까?????



사랑이에게 슬쩍 물어보니 이건 좀 흥미 있어 하네요.

적성에 맞는거 같기도 하고요.

제빵은 열심히 공부 시키지 않아도 되니까 나도 편하고 사랑이도 편할듯..

으뜩하나....

고민이 깊어지는 사랑맘입니다.


사랑이 초딩때...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물어 보는 질문에 일본 수상이 되겠다고 했답니다.

면담을 하며 대단하다고 칭찬을 해주던 선생님.

20년 선생하면서 첨 봤다고 하더군요.

얼마나 뿌듯하던지....ㅋㅋㅋ

그러던 사랑이의 꿈이 어느날 편의점 점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엄마가 편의점에서 일하는게 멋져 보였나 봅니다.

빨랫줄에 걸린 편의점복을 보고는 한번 입어 봐도 되겠냐고 물어 보길래 입혀 주었습니다. 

 (어차피 몇십번은 바뀔 꿈...)

고입 면접땐

국제 헌법 재판관으로 바뀌었습니다.

엄마가 하도 정치에 대한 얘길 많이 해서 그런지......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있지요?

이사를 가야 하나 봅니다.

도쿄대학 앞으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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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대는 어쩌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