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박썼다.

2023. 8. 7. 19:08

코부타 사랑맘 일기

암에 걸렸다.

삼중음성 유방암.

폐 양쪽에 뭐 이상한것도 보인단다. 우,쒸..

고혈압에 듣보잡 고겐뵤(이건 뭥뮈???) 라는 병까지.

나이가 먹으니 푹푹 찌는 날씨도 감당하기 어려운데  피박에 쓰리고까지 뒤집어 쓰셨다.

두달동안 검사하러 댕기느라 죽는 줄.

아니, 진짜로 죽을지도....ㅠㅠ

 

의사 한테 받은 책자들,

그리고 내가 따로 검색해서 찾아 놓은 것들.

다 읽느라 눈알 빠지는 줄.

그래서 꾀를 냈다.

사랑이가 읽고 중요한것만 체크해서 엄마한테 알려 주기.ㅋㅋㅋ

 

 

 

사랑맘의 일본 이야기에 마지막 글을 올린게 2020년 7월.

지금이 2023년이니 약 3년전이다.

3년동안 사랑맘은 뭐하고 살았나...

이제부터 한개씩 슬슬 털어 놓을 생각이다.

 

며칠전 사랑이가 티스토리 얘길 꺼냈다.엄마의 티스토리엔 관심도 없는 줄 알았는데...

엄마가 암 선고를 받고 나자 갑자기 철들어 버린 딸.

 

"엄마 티스토리 안 할거야? 했으면 좋겠는데...."

"글쎄, 생각 좀  해보고"

 

 

난 이미 사랑맘의 일본 이야기말고 다른 계정으로 글을 올리고 있다.

2011년도 부터 운영해 온 다음 블로그가 폐쇄 되는 일이 있었다

몇날 몇일을 살려 보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사진 몇십장 건진게 다였다.

일주일이 넘게 걸리는 업로드를 견딜수 없었던 탓이다.

딸에게 남겨 주고 싶었던 나와 사랑이의  삶의 흔적들이 너무 허무하게 사라졌다.

며칠 섭섭해 하다 훌훌 털었다.

이미 엎어진 물, 주워 담을수 없다면 다시 새 물로 채우면 된다.

그래서 다시 계정을 만들었다.

내가 사랑한 것들, 사랑할 것들, 사랑이에게 남기고 싶은 것들과 나의 이야기....

그곳에 내가 원하던 것들을 조금씩 채워 넣고 있던 중이다.

클릭 한번만 하면 전혀 다른 세상을 살고 있는 또 다른 내가 있다.

 

그런데..

난 왜 이곳에 다시 온걸까...

 

별거 없다.

그냥 내가 사는 얘기, 살아온 얘기를 풀어 놓고 싶어서다.

가끔 넋두리도 하고 투덜 대기도 하겠지. 아프면 울기도 할거고...

그러다 아마 죽음이라는 문턱을 넘는 날이 오면 이 블로그는 우리 사랑이에게 남겨 질거다.

 

다행이도 우리 사랑인 이곳에 올려진 글들을 아주 재밌게 읽어 줬었다.

기둘려라,딸아.

엄마의 빈자리를 채울수 있는 곳으로,마음 넉넉히 미소 지을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놓을 테니까...

 


 

죽음이라는 녀석을 맞닥뜨리고 나니

"나 여기 있고 너 거기 있음" 이 너무 선명해 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