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돌아온 딸의 얼굴이 어둡다.


"엄마,나 수학여행 안갈꺼야!!!"

"왜?"

"이거 바바"


딸이 내어 놓은 수학여행 체험학습 코스 안내서.



각자 희망 코스를 사전에 제출하면 학교에서 학생들을 코스별로 나눈다.

그리고나서 각자 그룹별로 인솔교사 없이 돌아 다닌다.

사랑이가 선택한 코스 1지망은 군함도였다.

미리 다른 학급의 친한 친구들과도 군함도를 지망하기로 약속을 했었나보다.

그런데 사랑이만 미끄러졌다.

뷔페라서 맘에 든다고 지망했던 2지망에서도 탈락.

사랑이가 분노하는 마음이 이해가 간다.


"진짜 안갈꺼야???"

"안가!!!!!"

"잘 생각해서 결정 해,"




수학여행 비용:77.000엔.

용돈까지 더하면 10만엔 정도의 경비가 들어간다


"10만엔 들여서 갈 만큼의 가치가 없다고 난 생각해"

"수학여행이 꼭 그런것 때문에 가는건 아니잖아.

친구들하고 노는것도 재밌고.....나가사키 라면 유명하잖아?? 그것도 먹고.....블라블라~~~"

"엄마,난 우리반에서 친한 애 없어.그리고 내가 라면 먹으러 거기까지 갈 이유는 없는것 같어."


그 마음, 알것같다.

아마 1차,2차지망에서 미끄러졌어도 같은 코스에 친한 친구가 있었다면 그나마 위로가 되었을텐데.....



"그러면 어떻게 할껀데?"

"쌤한테 얘기해서 안간다고 할꺼야"

"쌤이 화내면 어떻해?"

"내가 가기 싫다는데 왜 화를 내?"

"그건 그런데..... 너말고 안가는 애가 또 있을까?"

"그건 모르지 나도!!"


수학여행지가 나가사키로 결정이 됐을때부터 사랑인 불만이었다.

선배들은 오끼나와 였다는데....왜 자기 학년만 나가사키인지 모르겠다는거다.

거기다 군함도 외의 나머지 코스도 다 맘에 안든단다.



1,군함도

2.수족관

3.카스테라공장

4.카누타기

5.돌고래 팽귄 보기

어딜봐도 고딩 수학여행지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이럴땐 정말 어찌해야 하는건지......

(남들은 다 가는데....왜 너만 그러냐고!!!!!)



코스 중 젤 인기가 많았다는 군함도.

실은 나도 가보고 싶다.ㅋ



며칠후.....

"엄마, 쌤한테 뭐라고 할까?"

"그냥 사실대로 얘기해야지 뭐. 1차도 2차도 다 미끄러져서 가기 싫다고."


학교에 다녀온 사랑이.

"선생님한테 얘기 했어?"

"응"

"뭐래?"

" 내가 한말이 이해는 간대. 엄마한테 전화 하겠대."

"근데....너 쫌 유별난거 아냐? 다른애들은 다 가잖아"

"생각해봐 엄마, 도쿄에서 수족관가면 만엔 내고 잔돈까지 받을수 있어.

그런데 10만엔 내고 나가사끼까지 가서 중국인 거리 돌아 다니고  라면먹고  돌고래 보고 와야겠어?

 난 내가 너무 슬플거 같어"

"아니,그 10만엔이 엄마 돈이지 니돈이야??"

"엄마꺼가 내꺼지!!!"


아이고...깨알같이 알뜰한 딸님.효녀났네 효녀났어!!!!!ㅋㅋㅋ


 사랑맘은 오늘 아침,

수학여행 불참가 용지에 도장을 찍어서 학교에 보냈다.

본인이 납득하지 못한다면 억지로 룰에 얽메일 필요는 없을것 같아서다.


수학여행비 10만엔은 아무래도 사랑이를 위해 써야 할것 같은데....


"사랑아,그럼 우리 여행갈까?"

"와~~정말? 어디로??"

"몰라,지금부터 찾아봐야지"

급 얼굴색이 변하는 딸.ㅋㅋㅋ

이제부터 사랑맘은 또 바쁜 며칠을 보낼거같다.

그나저나....어딜 간다냐...

12월이면 추울텐데...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