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후,

다시 찾은 병원.

이미 예약이 되어 있건만 1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슬슬 짜증이 나기 시작.

안내하는 간호원에게 화풀이 시전.

 

 

 

 

나 : " 예약시간 보다 한시간이 더 지났는데, 언제쯤 진찰을 하나요?"

간호원 : "아,네 좀 더 있어야 할것 같네요?"

나: " 얼만큼요?"

간호원 : 글쎄요,...

드뎌 꼭지 돌음.

나 : 글쎄..라니요? 이럴려면 예약을 뭐하러 하죠? 예약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리고 나보다 나중에 온 사람들이 먼저 진찰실로 들어가는 이유는 뭔가요?

간호원 : 아, 그건 선생님이 판단하는 거라서요? 저희는 잘 모릅니다.

나 :" 그럼 선생님이 부를때까지 그냥 기다리는 수 밖에 없는건가요?

간호원 : 네,그렇지요.

 

뭐 이런 개 같은 경우가...

피껏솟. 

도 닦는 중처럼 조용히 살던 내게 너무 가혹한 시험이다.

 

 

언젠가는 얘기를 한번 할 생각이지만 이 병원과는 몇번의 해프닝이 있다.

몇년전 구급으로 왔을때다.

너무 황당한 의사를 만나 간호원에게 괜히 화풀이를 한 적이 있다.

 

의사 : " 언제 쓰러졌어요? 쏼라 쏼라...영양제 맞고 가세요"

 

내가 진찰실에 들어간 순간부터  눈길 한번 안 주던 의사는 모니터만 들여다 보다 처방을 내리곤 훌쩍 일어서서 가버렸다.

멍때리다 그냥 간호원에게 끌려서 수액을 맞으러 병실로 들어가게 된 사랑맘.

생각해 보니 열이 살살 올라온다.

 

나 : 저 선생 이름이 뭐니? (알면 뭐할낀데?사실 특히 할 일도 없었지만 그냥 무엇이라도 할것마냥 객기 한번 부려봤다.ㅋ)

       그리고 저 태도는 뭐야,너무 건방지잖아. 자기 할 말만 하고 왜 환자 얘긴 한마디도 안 듣는거지?

       저런게 무슨 의사야, 자격 없어. 쏼라 쏼라~~~)('&ㅆㄲ%$

 

내 못된 성질을 못 이기고 간호원에게 속사포를 쏴댔다. 

 

간호원 :  " 죄송합니다"

 

시간이 조금 흐른 후 문제의 그 의사가 왔다. 

니가 여길 왜?~~~~ 

이미 꼭지가 돌아버린 사랑맘.

 

의사 : " 괜찮으십니까?"

 

실눈으로 휘익 한번 째려 보고 고개만 끄덕.(귀찮다는 듯)

 

이 자식, 괜히 내 발을 요리조리 만져보고 주물러도 주신다.

진찰실에선 눈도 안 마주쳤던 의사님께서  내 눈을 맞추고 이런 저런 얘기를 걸어오신다. (어쭈~~)

그러거나 말거나 사랑맘은 반 무시상태.

질문에는 간단하게  "응" "그래" 등으로 대응해줬다. (이럴때 존댓말을 해 주면 바보되는거임.)

의사의 태도가 갑자기 바뀐걸로 보아 간호원으로부터 내가 했던 얘기를 들었나보다...라고 혼자 생각했고

나름 그를 무시한 것으로 소심한 복수를 하긴 했지만 그때의 일들이 아직도 내 기억속에 선명히 남아있다.

일본에서 제일 무례하고 싸가지 없는 무리가 의사, 그리고 택시 운전사다.

내 경험상 그렇다.

의사는 90%가 왕싸가지. 택시 운전사는 미묘하게 갈린다.

친절한 사람은 또 엄청 친절하기도 하다.

 

얼마전에 동네 슈퍼에서..

내 일본어 실력이 미천하다보니 얼굴은 일본인과 다름이 없는데 몇마디 말을 하면 외국인인게 금방 들통난다.

뭔가를 물어 봤는데 아니,이여자가 나님에게 반말을 하는거다.

말 몇마디 나눴을뿐인데 반말이라니.(이런일은 결단코 흔치않다)

어이가 상실한 난 눈 똥그랗게 뜨고 그녀의 코 앞에서 더 심한 반말로 대응.

그랬더니 갑자기 존댓말로 말투 싹 바꿈.

아,증말 ...

끝까지 반말로 밀고 나가덩가,그런 오기도 없이 시건방을 떤거였어??

난 이런 류의 인간들이 제일 싫다,차라리 성격 못된 사람이 그나마 낫다.

주판알 튕겨가며 얼굴 표정 바꾸는 카멜레온류의 사람들. oh no~~

 

약자에게 강하고 강자에게 약한 이 사람들의 속성이 그대로 드러났다.

일본인이 왜 이런 속성을 갖게 되었는지는 그들의 역사를 들여다 보면 이해가 된다.

이 얘긴 나중에 한번 더 자세히 할 요량이다.

 

 

이런 일본에서 오래 살다보니 나름의 일본인 대처법이 생겼다.

 

강한사람에겐 더 강하게.

약자에게도 강하게.

 

공평하지 않다고??

그래도 할수 없다.

 

 

 

약자라고 봐 줬더니 머리 위로 타고 올라 오더라.

모두는 아니지만 다수가 그랬다.

그래서 어느날 부터인가 난 항상 한결 같은 태도로 일본인들을 대하기 시작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평등하게..ㅋ

 

 

지금은 뭐, 나이탓인지는 몰라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의 드렁칡이 서로 얽혀 지들끼리 뽁아 먹든, 국을 끓여먹든..한발 뒤에서 보는 쪽으로 방향 전환.

그래서 이젠 누가 무슨 말을 하건 별 신경 안쓴다.

가끔 그 드렁칡이 심하게 딴지를 걸면 지그시 폭발을 할때도 있긴 하지만 그런대로 잘 살아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많이 참을 필요도 없다. 힘들땐 참지말고 터트린다. 

그리고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으니 우울증 생기더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하면 되고,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하면 된다.

하기 싫은 일은 당장 떼돈이 들어와도 안한다. (그래도 떼돈이면....... 흐음,생각을 다시 해 보겠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찾아가 만나면 되고, 보고 싶지 않으면 안 만나면 된다.

나이가 들으니 복잡한게 싫다. 인간관계는 내 감정의 흐름에 맡기고 살기로 했다.

머리를 쓸일도 계산을 할 일도 없다.

그러다보니 사는게 편해졌다.

 

 

 

 

 

어쩌다 보니 글이 옆길로 샜다.ㅋㅋㅋ

하여튼..난,

1시간 반 만에 의사의 얼굴을 봤다.

 

의사 : 조직검사 해야 겠네요.3번 진료실에서 부를 거예요밖에 나가서 기다리세요."

 

나가라니까 나왔다.

한시간 반 기다렸는데 의사와의 면담은 단 10초.

 

또 한참의 시간이 지났고 난 다른 의사에게 넘겨져 조직검사 라는걸 했다.

 

 

국소마취후 총 같이 생긴걸 쏘아서 세포 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어떤 암인지 검사하는 방법이다.

마취를 했으니 통증은 없으나 총쏘는 소리가...ㅠㅠ

괜히 긴장되는 검사다. 사랑맘은 두방 맞았다.

검사가 끝난 후 의사는 서둘러 옆방으로 갔고  간호원이 내게 뭔가 설명을 한다.

오늘 목욕하지 말고,어쩌고 저쩌고~~

책상 위를 슬쩍 보니 내 이름이 쓰여진 종이가 있다.

이건 뭥뮈??? 

 

간호원에게 물어 봤다.

나 ; "이거...내거 맞죠?"

간호원 : " 네,맞습니다"

나 : "이거 카피해도 되나요?"

간호원 : "안됩니다"

 

왜 안되므니까?? 이거 내꺼 아니므니까???? 흑흑흑

 

잠시 훔쳐본 내 종양의 모양은 이쁘지가 않았다.(혹시..악성?)

종양이 테두리가 매끄러우면 보통은 음성이다.

그 종양이 삐쭉 삐쭉 뭐가 나와 있으면 보통은 악성이란다.

내 종양은 매끄럽지가 않았다.

 

 

 

진찰실에서  나와 다시 또 한참을  기다리다  담당의사와 만났다.

병원에 가면, 이 기다리는 시간이 사람 진을 빼놓는다.

 

" 2주후에 결과 나오니까 그때 오세요, 몇시가 좋으세요??"

 

좇도 맛떼!!!!!!  (기다렷!!!)

엑스레이, 초음파 검사 결과는?? 

난 몰라도 되는거임??

니들이 갖고 있는 저 종이에 뭐시 적혀져 있는지  나도 알고 싶다고!!!

 

하지만 난 한마디도 못하고 조용히 병원을 나왔다.

사진 한장, 그리고 이어진 조직검사로 머릿속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난 이미 검사의 결과를 들은것과 마찬가지였다.

 

우,쒸...암이구나.

3가지의 검사를 끝낸 나의 소감이 그랬다.

 

참고로 조직검사 결과  악성일 확률은 30%,

정확도 97~100% 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