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난주는 사랑이 아빠의 생일이었다.

이혼은 했지만 사랑맘은 해마다 사랑이 아빠의  생일 선물을 챙겼다.

함께 저녁식사라도 하고 싶었지만 서로의 사정상 시간을 맞출수가 없었다.

사랑인 여름부터 시작한 미술 과외 때문에 바빴고 사랑이 아빠도 나도 

각자의 일 때문에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던 탓이다.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은 생일 보다 먼저 건넸지만

사랑이가 아빠에게 쓴 편지를 전해주지 못했다.

편지도 전하고 오랫만에 뺀질이 얼굴도 볼겸 사랑이와 아빠네 집으로 향했다.


우리 뺀질이,헤르니아 수술 했을때 사진.

등의 털을 다 깍고 수술했었다.

사랑인 울고 불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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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서 10분거리에 사랑이 아빠의 집이 있다.

사랑이와 둘이 사이좋게 자전거 타고 도착.

초인종을 누를 필요도 없이 집으로 들어갔다.

집 문을 안 잠그고 사는건 이미 예전부터 알고 있던 습관.

옛날에도 그랬었으니까.....

우린 열쇠라는걸 사용해 본적이 거의 없다.

1년내내 열려 있는 문.

봄과 가을엔 현관문까지 활짝 열어 놓고 살았다.

그렇게 열어 놓은 채로 잠을 잔 적도 셀수없이 많다.

도둑???

그런 걱정은 아예 해 본적이 없다.

열쇠를 어디에 놓았는지도 모르는 두사람은

장거리 여행을 할땐 열쇠를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느라 난리.ㅋㅋㅋ

지금 생각하면 참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지만....

모든것이 거의 정 반대인 나와 사랑이 아빠가 유일하게 일치한 생활 방식이었다.

열쇠가 필요 없는 생활.

이혼을 하고 사랑이와 둘이 살면서 처음으로 열쇠라는걸 이용하기 시작했다.

처음 사랑이와 둘이 이곳으로 이사를 왔을때

사랑이 아빠는 걱정이 되었는지 열쇠를 꼭 잠그고 다닐것을 당부 했었다.

그런데....

열쇠는 벌써 4번을 잃어 버렸고

 문에 열쇠를 꽂은 채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집에 돌아와서야  

문에 그대로 꼽혀 있는 열쇠를 발견한 적도 있었다.

열쇠라는게....불편하기 짝이 없다.

그래도 이젠  많이 익숙해 져서 열쇠 챙기는걸 잊어버리는 일은 거의 없다.

아마...집 문을 항상 열어 놓고 살아도 불안을 느끼지 않았던것은 사랑이 아빠가 옆에 

있다는 안심감이 작동했을수도 있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라는 우산 밑이 편한것도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기도 전에 먼저 나와 반겨줘야할 뺀질이가 보이질 않는다.

우리가 들어가서 이름을 부른 후에야 꼬리를 치며 나타났다.

전에는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미리 나와서 짖었었는데......(섭섭해라~~~)


"엄마, 얘 배좀봐!!!!"


불룩 튀어 나온 배를 쓰다듬으며 사랑이가 나를 부른다.

생각해 보니 뺀질이와 거의 5개월만에 만났나보다.



"엄마,얘 살이 너무 쪘어. 한번 안아봐봐.너무 무거워."


안아보니 정말 묵직하다.

사랑이 아빠 왈...

야채를 안 먹는단다.

고기만 먹는 단다.

그리고.....결정타.

단걸 좋아한단다.

테이블을 보니 빵이 수북하다.ㅠㅠ

그리고 걷기를 싫어 한단다.

당연하지...살이 저렇게 쪘으니 싫을 수 밖에.


빵을 준다는 소리에 잔소리를 하고 싶었으나 꾹 참았다.

사랑이 아빠는 옛날에도 그랬었다.

식탁위에 올려 있는 반찬을 덥썩 집어서 뺀질이 입에 넣어주는 남편에게 잔소리도 참 많이 했었다.

사료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사랑맘과 뭐든 먹여도 괜찮다는

사랑이 아빠와 다투기도 많이 했었다.

마누라의 잔소리를 듣기 싫었던 남편은

밥을 먹다가 흘리는척 하면서 밑에 대기하고 있는 뺀질이에게

먹을걸 주곤 했었다.

이젠 잔소리하는 마누라도 없겠다,주고 싶은 대로 줬을테지.


갑자기 사랑이 아빠가 창밖의 단풍 좀 보란다.

이쁘다....

갑자기 예전 집 뒷마당의 단풍이 생각났다.



옛날 집의 단풍이 생각나서 찾은 사진.

이층 베란다에서 찍은 사진이다.

가을이 올 무렵이었나보다.

단풍이가 아직 제 색깔을 내지 못하고 있다.

옆엔 동백나무가 있어서 겨울엔 참 많은 꽃들을 피워 냈었다.

가끔 꺽어서 꽃꽂이도 하곤 했었는데....



살이 쪄 뒤뚱거리며 걷는 모습을 본 사랑이의 얼굴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

다이어트를 해 줘야 한다며 핸펀으로 검색.

아빠에게 잔소리를 한참 늘어 놓더니 급기야는 운다.


"엄마,내가 여길 너무 안 와서 그래. 내가 나빴어.... 

내가 자주 와서 봐 줬으면 이렇게 살 찌지 않았을텐데......"

"아니야, 살찐것도 있지만 이젠 할머니라서 그래.

얘가 지금 사람나이로 치면 70이 넘은건데....어쩔수 없잖아.

사람이나 개나 늙으면 다 단거 좋아하나부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사랑맘도 착찹하다.

이젠 소파 위에도 못 올라오는 뺀질이.

 얼굴을 들여다 보고 있으니 불쌍하고 안스럽고......

같이 살았어야 하는데.......

집에 데리고 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으나 집 쥔한테 걸리면.....ㅠㅠ

남의 집 살이가 이렇게 불편하다.


한참을 놀다 집을 나섰다.

뺀질이 산보를 시켜 준다며 같이 나선 사랑이 아빠.

자전거를 타고 달리다 혹시나 해서 뒤를 돌아다 보았다.

달려오는 뺀질이.........

너무 놀랐다.

살이 쪄서 뒤뚱거리며 걷는 뺀질이가 달려온다.

자전거를 세우고 다시 쫒아갔다.

이 녀석이 아는구나...아직도 우린 가족인거지????

.

"사랑아,저거 좀 봐,뺀질이 뛰어온다"

"엄마,저게 뛰는거야? 마음만 뛰는거지.......저걸 어떻게 뛴다고 할수 있어???."


그래도 엄마 눈엔 뛰는걸로 보였다구.

아니,좀 늦긴 하지만 확실히 뛰고 있었다.

지딴에는 우릴 쫒아 오려고 있는 힘을 다 내서 뛰었으리라.

옛날엔 거의 같은 속도로 뛰었었는데....

이젠 나이 탓,살찐 탓에 제대로 달리질 못한다.

다가가니 힘들었는지 가뿐 숨을 몰아쉰다.



집에 돌아온 사랑이는 뺀질이 얘길 하면서 또 운다.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이럴때 사랑이를 위로 하는 방법.


"사랑아, 배고프지? 뭐 먹을까???? 치즈 닭 해 먹을까?"

"응,좋아..근데 많이 해줘."


먹보 꼬시기에는 이런게 쵝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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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탄성을 지르는 사랑이.ㅋㅋㅋ

난 너를 안다고!!!!

사랑이와 사랑맘은 치즈킬러다.

살이 찌거나 말거나....

반쯤 먹고 난 후 치즈 또 추가.

뺀질이 걱정할게 아니라니까!!!

지금은,우리가 더 문제여~~~~~~~ ㅋㅋㅋ



늦게 배운 도둑질에 밤새는 줄 모른다더니....

닭고기를 싫어하는 사랑맘이 치즈 닭갈비의 맛을 알아 버렸다.

이번에 한국가면 사와야 할 필수 품목.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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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즈 닭갈비 전용 철판.

꽤 무거울텐데......

까짓거.제깟게 무거워 봤자지....돌솥을 네개나 들고 온적도 있는데,뭐.

사랑맘은 이 철판으로

본격 치즈 닭갈비를 해 먹을거다.

ㅋㅋㅋ



집에 와서도 한바탕 운 사랑인 지금 곤잠을 잔다.

그런데...

사랑맘은 뺀질이 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좀 더 오래 살아줬으면 좋겠는데.....

혹시..

큰 병이라도 걸리면 어떡하지....

이것 저것 잡다한 생각들이 머리에 가득하다.


흐린 날씨만큼 마음도 흐린 하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