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한국에선 한물간 아이.
다육이...
어쩌다 우연히 집에 들인 한 아이가 너무 잘 자라주는 바람에 자신감 뿡뿡 장착하고 드디어 찐사랑을 시작했다.
한개 두개 사다 보니 다둥이 엄마가 됐다.
종류가 얼마나 많은지...
처음엔 이름을 외우기 위해 작은 푯말을 만들어 꼽아도 봤지만,
일단 외관상 안 이쁘고 내 능력엔 너무 벅차 포기해 버렸다.
그까짓 이름...뭐가 중한디??
이름같은거 모르면 어때...난 그냥 니들이 이쁜데..
장마철엔 혹시라도 벌레가 생길까봐 매일 한개씩 살펴보고 시들은 잎사귀도 떼어주며 열심히 보살폈다.
유난히 더웠던 올 여름은 밖에 있는 다육이들을 집안으로 들였다가 밖으로 다시 내어 놓기를 반복.
잘 자라달라고 부탁하는 말도 잊지않고 해주고 가끔은 이쁘다고 칭찬도 해준다.
나이 들어 생긴 버릇, 혼잣말하기.
길가다가도 예쁜 꽃을 보면
"와~~너 이쁘다~" 라며 말을 걸기도 하고
조금 시들어 보이는 아이에겐
"왜그래, 어디 아프니?? ...잘 자라주라" 라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누가 보면 미친ㄴ......???
그러거나 말거나.
남이 날 어떻게 생각하든...그들에게 피해를 준것도 아니니 잠시 미친ㄴ 되는것도 괜찮다.
옆집에서 받아서 한달정도 키웠다.
성장속도도 엄청 빠르고 나의 정성에 보답을 하려는듯 꽃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며칠전 비가 와서 이틀간 물주는걸 걸렀더니 숨어버린 꽃봉우리..
미안해라.
유난히 물을 좋아하는 아이다.
다육인 한달에 한번씩 물을 준다는데...얜 거의 매일 물을 먹는다.
너.....정체가 뭐냐....
거의 말라 비틀어져 소생이 불가능할것 같았던 아이다. 얘도 옆집에서 공수해 왔다.
흙을 갈아주고 뜨거운 햇빛을 피해 구석으로 옮겨 줬더니 잎이 파릇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다육이 부자가 되니 화분 값도 만만치 않다.
드디어 집안 살림에 손을 대기 시작.
잘 사용하지 않던 그릇을 꺼냈다.
옆에 구멍도 있어서 다육이 집으론 안성맞춤.
다이소에서 산 화병이 깨졌다.
유튜브 쌤에게서 얻은 아이디어로 만들어 보았다.
사랑이가 보더니
"엄마~~ 이쁘다."
옆집 사는 아이 엄마가 내년엔 자기 친정인 큐우슈우로 간다고 미리 나에게 넘긴 선인장과 다육이들도 내 사랑에 합세했다.
주먹 반만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아기까지 낳아 주었다.
수고했어~~~
쏟은 정성만큼 보답하는 아이들.
잠시 소홀히 하면 이내 고개를 숙이는 아이들.
너무 솔직해서 부지런하지 않을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