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일을 한지 6개월 정도 지났을때 입니다.
사랑이 초3때.(지금은 고교생입니다)
(편의점에서 일하게 된 계기에 대하여는 지난 글에 적어 놓았습니다)
사랑이는 잠 자기 전에 먼저 책을 꺼내 읽습니다.
그리고 그날 있었던 이런 저런 얘기를 엄마와 나눈 후 잠을 잡니다.
어느날...
갑자기 사랑이가 울듯한 얼굴을 하고 말을 합니다.
사랑이.........."엄마, 고백 할게 있는데.....화내지 않겠다고 약속 해 줘."
나.............."응 약속 할께."
사랑이............."실은 엄마, 가게에서 이상한 책을 읽었어."
나.........." 무슨 책?"
사랑이............"저기.....남자랑 여자랑....응.......이상한거가 있었어"
어물쩡 거리는 사랑이......
감이 화악 옵니다.
외설 잡지가 가게 구석에 진열되어 있었는데
그걸 본 모양입니다.
아,놔...진짜.
이럴땐 어떡해 해야 하는건지....
그 근처엔 얼씬도 못하게 주의를 줬는데.....
징글징글하게 말도 안 듣는 딸.
찰나의 시간에 생각을 정리한 사랑맘은
자기가 본 것을 어떻게 얘기 해야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랑이에게 먼저 말을 꺼냈습니다.
나........" 흐응~~여자랑 남자랑 옷 벗고 있는거 봤구나?"
사랑이....."응,응~~~"
나........." 어머나~~이상한 사람들이네? 엉덩이도 보였어?"
사랑이........."으...응...."
나............"남자랑 여자랑 이렇게 껴안고 있는 사진도 있었어?"
사랑이........."응,응"
나....." 그거 보니까 기분이 어땠어?'
사랑이........."아주 안 좋았어."
나......" 그랬구나....또 볼거야?"
사랑이............"절대 안 볼거야. "
나......"그래... 엄마도 보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런거 보면 눈도 나빠지고 마음도 때가 묻게 돼~~~"
어떤 과학적 근거도 없는 엉터리 대응이지만 사랑인 심각하게 듣습니다.
낮은 목소리로 응,응만 연발 하던 사랑이의 목소리가
갑자기 한 옥타브 올라 갑니다.
사랑이...."엄마, 속이 너무 시원해.
일주일 동안 잠 잘때마다 그 생각이 나서 힘들었어.
엄마, 너무 좋아. 고마워, 엄마
오늘은 푹 잘수 있을거 같어."
나........"그래? 엄마한테 솔직하게 얘기 해 줘서 고마워~~
걔네들은 왜 그런 사진을 찍어서 우리 착한 딸을 힘들게 한거야?
아이고,미워라~~~~"
자기 딴에는 큰 죄를 지은 줄 알았는데
별일 아닌듯 웃는 엄마의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나 봅니다.
등을 토닥거려 주고 잠을 재우는 엄마는 심정이 복잡합니다.
상처 받았을 사랑이와 그런 곳에 아이를 방치<?>한 죄책감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엄마한테 분명히 혼날 줄 알면서도
솔직하게 얘기 해준 사랑이가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아이를 키우다보면 가끔 엉뚱한 경험을 할때가 있습니다.
그럴땐
사건의 경중을 따져 어떨땐 혼을 내기도 하고 좋게 타이르기도 합니다
이 일은
사랑이에게는 심한 수치심으로 남을 지도 모르는 일이라
사랑맘은 아주 별일 아닌듯 한 태도를 취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아이의 눈 높이를 맞추는 일이 참 힘이 듭니다.
빠르게 성장하는 아이의 눈 높이를 맞추느라
변신술을 사용하는 엄마는 오늘도 바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