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코로나 보균자 일지도 모르니 당분간 집(본가) 에는 안 갈 생각이다..

라고 어제 엄마에게 말했는데, 오늘 일 마치고 귀가 했더니

문고리에 반찬과 과일등이 걸려 있었다.


"환자의 목숨보다 딸의 목숨이 소중합니다"


라는 편지가 들어 있어서 울었다.

그냥 울었다.

우리집에 가고 싶다.




격하게 공감이 되서 아침부터 가슴이 찡하다..

내가 이곳에 코로나 관련글을 올리자 한국으로 돌아 오라는 분들이 몇분 계셨다.

본인도 참 많이 고심했다.

코로나에 걸린거 아닌가....라는 의심이 들때부터 쭈욱.....


한국에 도착해서.....어디로 갈것인가..

아무리 생각해도 갈곳이 없다.

그래서 포기했다.


어젠 가래에 피가 섞여 나왔다.

5일전쯤에 가래에 피가 살짝 비치더니 어젠 양이 조금 늘었다.

아마 이건 계속되는 기침때문이 아니었나...라는 자가진단.

모든 증상은 좋아 졌는데 목은 계속 아프고 숨 쉬기는 여전히 불편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오른쪽 눈이 많이 가렵다.

거울을 보니 벌레에 물린듯 조금 빨갛게 부어있다.

(아,씨..이건 또 뭐여???)

병원에 갈까....망설였으나 조금 지켜볼 생각이다.

견딜수 없을 상황이 되면 모를까....왠만하면 방콕 할 예정이므로.


먹거리를 사러 슈퍼에 가는 일 외엔 밖에 나가지 않는다.

생필품은 감기 증상이 시작되던 때부터 준비를 다 해 놓았다.

호흡이 불편해지기 시작하면서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당분간 엄마가 없어도 불편하지 않도록 최대한 준비를 해 두었었다.


세탁하는 방법과

미소시루,스파게티,볶음밥등 간단한 요리는 혼자서 해 먹을수 있도록 틈틈이 가르쳐주고 있다.

집안 곳곳에 어떤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일러줬고.....


어제 밤,

병원에 가는 일 빼곤 밖에 한번도 나가지 않은 사랑이에게

(난 가끔 슈퍼라도 갔었는데.....)

바람이라도 쐬러 나갈까?...했더니 선듯 따라 나선다.

졸업식후 금족령을 내린 탓이다.

졸업도 했겠다,친구들과 줄줄이 스케줄을 잡아 놨었던 사랑인 엄마의 설득에 쉽게 수긍을 해줬다.

(차칸 딸.....ㅎ)


아무도 없는 밤길을 둘이 걸었다.


나 : "올해는 우리... 사꾸라도 못 봤네?"


사랑이 : "응...다 져버렸어....아깝게...."


우리 동네의 사꾸라는 말 그대로 장관이다.

수킬로의 강을 따라 주욱 피어있는 사꾸라 덕에 해마다 이맘쯤엔 사람들로 거리가 북적북적했었다.

올해는 몇명의 사람이 왔다 갔을까.....




사랑맘은 이곳에서 엎어지면 코닿을 곳에 산다.




하루에도 몇번씩 울리는 사이렌 소리.

예전엔 어쩌다 가끔 듣던 사이렌 소리를 이젠 웬종일 듣고 있다.

사이렌 소리가 잦아 졌다는건 중증환자들이 많아 졌다는 얘기.



세상은 코로나 때문에 난리인데....

자연은 아직도 자신의 일들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기특하다....


저 뒤에 보이는 흉물스런 건물들,전봇대만 아니었으면 아름다운 사진이 되었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