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치료 두번째 주사.

첫 주사는 염려했던 것 보다 무사히 잘 지나갔다. 다행^^

 

3주후,두번째 주사.

피검사를 하고 혈압을 재고 나니 간호원이 질문지를 내밀며 써오란다.(난 이사람들을 뭐라고 호칭해야 할지 모르겠다. 의사도 아니고 간호원도 아닌....일단 편의상 간호원이라고 해 두자.)

들여다 보니 이것저것 질문이 꽤 많다.

성실히 적어서 냈다.

간호원이 그 질문지를 보며 나의 몸상태를 확인한다.

그러다 재밌는 거 발견.

잠을 잘자느냐는 질문 밑에 정신적으로 힘든 일은 없는가...라는 질문이 이어져 있었다.

난 일주일 전부터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이유?? 없다. 특별히 불안하지도 않았고 몸이 불편하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잠을 못잤다.

불면과 정신 상태는 아주 밀접한 관계.

그런데 난 두개가 따로 논다.

간호원도 이해가 잘 안된단다.( 그런데 그이유를 살짝 알것도 같다.아무도 이해 못하는 나만의 세계..ㅋ)

 

 

혈관이 안 찾아져 고생을 했다. 

팔을 비틀어 간신히 혈관 확보.약 주입시작.

그런데 조금 지나니 몸이 살짝 가렵다.

슬쩍 슬쩍 긁고 있는데 영양사가 왔다. 이건 내 치료 프로그램에 들어가 있다.

1시간30분이 걸리는 주사라 아마 지루할것 같아 이 시간에 배정을 해 주는것 같았다.

전에도 한번 얘기를 나눈터라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영양 상담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내가 너무 잘먹어서 탈.

몸에 좋다는 건 다 찾아 먹은 덕에 오히려 체중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항암중 체중이 느는것도 안 좋단다. 조금 먹는걸 줄이라는 조언을 들었다.

 

팔 안쪽이라 눌리지 않게 팔을 돌려줘야 했다.

 

 

둘이 대화를 하는 중에 간호원이 들어왔다.

지나가는 말로 

"몸이 가려운데요.." 라고 했더니 화들짝 놀란다.

"어디가요?  보여 주세요" 라고 하길래 가려운 부분을 보여줬다.

간호원은 급하게 수액을 중단시켰다.

난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지 몰랐고...

 

간호원은 담당의에게 연락을 했고 발진이 없으니 그냥 맞아도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혈압검사를 한다.

아까쟀던 혈압이 143이었다.

그런데 지금 혈압 186....40이 넘게 올랐다.

체온은 37.8

체온이 38도 넘어가면 중지다.

결국 서둘러 간호원은 주사액을 바꿨다.

그리고 의사와 다시 상담.

 

저번엔 주사로 맞았던 호중구 주사를 이번엔 몸에 붙이고 왔다.(쉽게 말하면 면역력 높이는 주사)

바디포트라고 해서 배에 붙이면 27시간 후에 자동으로 몸안으로 주사액이 들어간다.

저번엔 주사바늘을 내가 떼어내야 한다는 말에

 "그걸 내가??? 못함!!!"  이라고 의사에게 항명. 

이틀후 병원에 가서 주사로 맞고 왔다.

그런데 이번엔 붙이고 가란다.

시른데.....ㅠㅠ 

 

 

 

결국 배에 붙이고 왔다. 잘못되면 집에서 가까운 아무 병원으나 달려갈 요량이었다.

다음날, 27시간 후...

주사바늘을 떼어 내는데......난 평생 이런 공포는...ㅠㅠ

사랑맘은 생선도 토막 못내는 팔불출이다.

도저히 징그러워서....못만진다. 당연히 몸에 난 상처도 만지지 못한다.

사시미를 먹을때 생선과 눈이 마주치면 난 그자리에서 완전 식욕 상실.

그래서 미리 눈을 가려 달라고 부탁을 하거나 아예 처음부터 생선 머리는 갖고 오지 않도록 부탁을 한다.

 

그런데..내가 이 어려운걸 해냈다.

만세!!!!!!!

장하다 사랑맘!!! (그래,살려면 해야쥥!!!!!!.....ㅋ)

 

 

 

그런데...

이번엔 몸의 상태가 전하고는 확 다르다.

혼자 병원에 간걸 후회하며 집으로 오는길.

엄청난 졸음에 집에까지 갈수 있을지...걱정이 됐다.

간신히 집에는 왔으나 엄청나게 배가 고팠고 그 배고픔을 능가할 정도의 잠이 쏟아졌다.

서둘러 대충 밥을 먹고 누웠다.

 

이거....조짐이 이상하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혀 밤새 잠을 못잤다.

소화불량,식욕부진.

손과 발은 덜덜 떨리고....온 몸의 기운이 다 빠져나간 듯 힘이 없다.

 

항암을 시작하면서 혼자 결심한게 있다.

일단 식욕이 떨어져도 악착같이 먹을것과 매일 운동을 하는것.

이 두가지 만큼은 꼭 지키고 싶었다.

 

아침에 일어나니 머리가 띵한게....누워 있고 싶었으나 사랑이 아침밥을 해 줘야 한다.

난 항암전의 일상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사랑이와 함께 아침을 먹었다.

먹고 나니 쏟아지는 졸음.

도대체 이 졸음 뭔데??

여기서 자 버리면 하루종일 못 일어날것 같은 예감이 들어 몸을 바쁘게 움직였다.

 

오후가 되자 점점 졸음이 사라진다.

다행이다.

하지만 이 졸음은 3일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고 난 악착같이 버티고 있다.

첫날 보다는 강도가 좀 약해지는것 같아 며칠만 더 버티면 이런 증상도 사라질듯 하다.

이번 주사는 부작용이 첫 주사때 와는 비교도 안되게 크다.

다음 주사는....자신이 없다.

 

저녁 식사후..

런닝머신보다는 직접 바람을 쐬고 걷고 싶어 밖을 나갔다.

다리가 후들거린다.

20분거리에 있는 슈퍼까지 걷기로 맘 먹었다.

왕복 40분...이정도면 오늘 운동은 충분하다.

걷다가 숨이 차면 속도를 늦췄다.

그래도 갈때보다는 몸이 좀 가벼워진 느낌.

그리고 머신보다 이게 뭔가 더 운동다운 느낌이 들어 기분도 좋다.

집에 돌아와 간단한 스트레칭을 하고 오늘 운동 끝.

 

내 인생의 소중한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은 또 어떤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