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사랑이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 나, 지금 병원이야"

"병원???" 

"어제 긴급으로 왔어, 의사가 입원하래"

헐~~구급차에 실려 갔댄다.

 

이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이거 진짜 심각한거다.

왠만해서는 아프다는 소리를 하지도 않는 사람이거니와 아파도 병원을 안가는 사람이다.

예전에,

4일동안 배가 아프다고 끙끙대다 결국 밤 12시에 스스로 운전해서 병원행.

그리고 입원.

원인은  담석증.

이게 여자가 애 낳을때보다 더 아프다던데...이 독한 사람이 4일을 버텼다.

 

마당에서 나무 치기하다 벌에 쏘였을때다.

"어? 쏘엿네??" 하더니 손으로 쏘인 자리를 쓰윽 문지른다. 그리고 끝. (아니, 무슨 로봇도 아니고....)

상처가 나서 피가 나도 연고 바를 생각을 아예 안한다.

기껏해야 티슈로 닦아내는게 전부다.

항상 설치는건 내 차지.

평생 몸에 좋다는 보약 한번 먹은적 없고 가끔 한국가서 영양제라도 사 들고 오면 자긴 필요 없다고 먹지도 않는다.

하루도 쉬지 않고 술을 먹고 담배를 펴도 잔병이 없다.

희귀종....건강도 타고 나는건가?...

 

작년에 한국에 갔다 와서 사랑이 아빠에게 선물로 준 영양제들.

안 먹고 그대로 있어서 내가 도로 갖고 왔다. 

 

 

 

 

그런 사람이 자기 발로 구급차를 불렀다.

뭔가 불안한 사랑맘.

그는 결국 입원을 했고 온갖 검사를 마친후 수술을 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는데...

내일 당장 퇴원을 하겠단다.

이유를 물어보니 사업 상 중요한 약속이 있다고.. 자기가 없으면 안되는 일이란다.

의사는 안된다고 난리, 이사람은 퇴원 하겠다고 난리, 사랑인 퇴원하면 안된다고 난리....

 

"아빠한테 꼭 전해줘, 난 돈보다 아빠가 살아있는게 더 중요하다고!!!!"

 

아침에 사랑이 아빠와 나의 전화통화를 들은 사랑이가 바쁘게 나가면서 전해달라던 얘기.

 

나도 난리다.

2번째 주사후...갑자기 몸 상태가 나빠졌다.

아침에 일어날수가 없을 정도로 기력이 없었고 잠은 쏟아지고.

온 몸의 통증,그리고  물건을 만지지도 못할 정도로 손끝이 아팠다. 

다리에 힘이 풀려 걷기가 힘들다.

 

 

당신 이러다 죽는다는 의사의 협박에도 꿋꿋하게 퇴원한 사랑이아빠.( 아,정말 못 말리는 똥고집)

전화속의 목소리가 금방이라도 죽을것 같이 힘이 없다.

그래도 일단  14일날 수술 날짜는 받아 놓고 왔댄다.

얼마나 중요한 약속인지는 모르겠으나 화를 내지 않을수가 없었다.

 

정신이 몽롱하고 걷기가 힘들었으나 

그래도 들여다 보지 않을수가 없어 그의 집으로 갔다.

 

얼굴을 마주한 두 사람.

그림이...차암....

빡빡이 암 환자와 병원에서 검사하느라 이틀을 꼬박 굶어 초죽음 일보 직전인  전남편님.

슬프다....

 

 

 

 

 

"우리가 20년전에,아니 10년에 이렇게 될줄 알았을까? "

나의 말에 그가 웃는다. 나도 웃었다.

1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봤다.

십년후에 우리가 이렇게 될줄 알았다면 난 아마 이혼 안했을거다.

 

 

생각해 보면 이혼을 한 이유도 별거 아니었다.

내가 너무 잘나서 벌어진 일들이다.

나의 나르시즘...

그땐 몰랐다.

 

 

 

 

며칠동안 몸 바쳐서(?) 병 수발을 했다.ㅋ

그러는 사이 그도 나도 몸의 상태가 매우 좋아졌다.

금방 죽을 듯 힘이 없던 목소리에 점점 힘이 들어간다. 

식사도 제대로 못하더니 이젠 살만한가보다.

나도 갑자기 급 회복. (미쳤나봐..너무 멀쩡해져서 깜놀.)

 

이미 깨져버린 관계지만 난 그가 행복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내 힘이 닿는 한 도움이 필요하다면 얼마든지 도와주고 싶다.

늙어서 죽음을 앞둔 사람의 마지막 바램이 자기 집에서 죽는거라고 하더라.

사랑이 아빠가 원한다면 그렇게 갈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이거 이거,내가 먼저 죽을 판.....

 

 

나를 걱정하는 사랑이 아빠.

사랑이 아빠를 걱정하는 나.

아픈 아빠 엄마를 걱정하는 사랑이.

이거 뭔가 훌륭한 그림이 나올 각 .ㅋㅋㅋ

 

 

깨진 그릇도 주인 잘 만나면 아름다워질수 있다공~~~